세계의 명시/미국

앤 섹스턴(Anne Sexton)

높은바위 2024. 7. 30. 07:51

 

그런 여자 과(科)

 

나는 홀린 마녀, 밖으로 싸돌아다녔지,

검은 대기에 출몰하고, 밤엔 더 용감하지.

악마를 꿈꾸며 나는 평범한 집들

너머로 휙휙 불빛들을 타고 다니지.

외로운 존재, 손가락은 열두 개, 정신 나간,

그런 여자는 여자도 아니겠지, 분명.

나는 그런 여자 과야.

 

숲 속에서 나는 따뜻한 동굴들을 발견했고

동굴을 프라이팬, 큰 포크들과 선반들,

벽장, 실크, 셀 수 없는 물건들로 채웠지.

벌레와 요정들에게 저녁을 차려 주고,

훌쩍이며, 어질러진 걸 다시 정리했지.

그런 여자는 이해받지 못해.

나는 그런 여자 과야.

 

나는 당신 수레에 올라탔어, 마부여,

지나는 동네마다 내 맨 팔을 마구 흔들어 댔지,

최후의 바른 길을 배우며, 생존자여,

그 길에서는 당신 불꽃이 아직도 내 허벅지를 물어뜯고

내 갈비뼈는 당신 바퀴들이 도는 데서 부서지고.

그런 여자는 죽는 것도 부끄럽지 않아.

나는 그런 여자 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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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kind

 

I have gone out, a possessed witch,

haunting the black air, braver at night;

dreaming evil, I have done my hitch

over the plain houses, light by light:

lonely thing, twelve-fingered, out of mind.

A woman like that is not a woman, quite.

I have been her kind.

I have found the warm caves in the woods,

filled them with skillets, carvings, shelves,

closets, silks, innumerable goods;

fixed the suppers for the worms and the elves:

whining, rearranging the disaligned.

A woman like that is misunderstood.

I have been her kind.

I have ridden in your cart, driver,

waved my nude arms at villages going by,

learning the last bright routes, survivor

where your flames still bite my thigh

and my ribs crack where your wheels wind.

A woman like that is not ashamed to die.

I have been her 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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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그런 여자 과(科)(Her Kind)〉(1960)에서는 화형에 처해지는 마녀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

시인은 자유롭기 때문에 이해받지 못하지만 평범한 삶에서 일탈해도 사회가 요구하는 옷을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하는 죄책감과 자괴감 사이에서 분열을 겪는 자아를 ‘홀린 마녀’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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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섹스턴(Anne Sexton, 1928년 11월 9일 ~ 1974년 10월 4일, 향년 45세)은 미국의 시인이다.

20세기 미국 시문학사에서 실비아 플라스, 에이드리언 리치 등과 더불어 여성의 이야기를 대범하게 그린 작가이다.


매사추세츠 주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엄격한 훈육과 정서적 결핍으로 어린 시절이 행복하지 못했고, 평생 우울증, 양극성장애, 죽음충동과 맞서 싸웠다.

 

Anne Sexton은 매사추세츠 주 뉴턴에서 Mary Gray(Staples) Harvey(1901-1959)와 Ralph Churchill Harvey(1900-1959)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에게는 Jane Elizabeth (Harvey) Jealous(1923–1983)와 Blanche Dingley (Harvey) Taylor(1925–2011)라는 두 명의 언니가 있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스턴에서 보냈다.

1945년에는 매사추세츠 주 로웰에 있는 로저스 홀 기숙학교에 입학했고, 이후 갈랜드 학교에서 1년을 보냈다.

한동안 그녀는 보스턴의 하트 에이전시에서 모델로 활동했다.

1948년 8월 16일, 그녀는 알프레드 뮐러 섹스턴 2세와 결혼하여 1973년까지 함께 지냈다.

섹스턴은 1953년에 첫 아이인 린다 그레이 섹스턴을 낳았다.

2년 후 둘째 아이인 조이스 래드 섹스턴이 태어났다.

 

그녀는 음악가들과 협력하여 Her Kind라는 재즈 록 그룹을 결성하여 그녀의 시에 음악을 추가했다.

마리안 셀데스(Marian Seldes)가 주연을 맡은 그녀의 연극 '머시 스트리트(Mercy Street)'는 수년간의 수정을 거쳐 1969년에 제작되었다.

그녀의 여러 책에 삽화를 그린 예술가 Barbara Swan과 협력했다.

아내이자 엄마, 가정의 천사로서 여성의 역할이 중시되던 시기에, 몸에 대한 예민한 인식, 성, 섹스, 자살, 낙태, 불륜, 욕망, 정신질환 등 그동안 시에서 잘 다루지 않던 금기된 소재를 과감하게 드러냈다.

 

첫 번째 소네트를 쓴 지 12년 만에 그녀는 퓰리처상 수상자, 왕립 문학 협회 회원, 파이 베타 카파 하버드 지부 최초의 여성 회원 등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시인 중 한 명이 되었다.


"홀린 마녀"처럼 시대의 금기와 씨름하며 걸어온 삶의 길에서 시는 생을 지탱하는 치료제였고 힘이었다.

가부장제의 틀 속에 매였으나 마음은 새로운 영토를 꿈꾸는 여성들, 엄마이자 딸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속울음과 갈망과 상실의 목소리를 이토록 생생하게 그려낸 시인은 많지 않다. 

 

그녀의 작품집 제목을 보면 광기와 죽음에 대한 그녀의 관심을 읽을 수 있다.

그녀의 작품집 중에는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 일부(To Bedlam and Part Way Back)》(1960), 《살거나 아니면 죽거나(Live or Die)》(1966), 그리고 사후에 출간된 《하느님을 향한 끔찍한 노젓기(The Awful Rowing Toward God)》(1975) 등이 있다.

죽기 1년 전,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절망을 위해 이틀을 보내고, 정신병원에 3일 동안 머물렀다"며 '하나님을 향한 끔찍한 노젓기'의 초고를 20일 만에 썼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죽기 전에 시를 출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장례식은 매사추세츠 주 데덤에 있는 세인트 폴 교회에서 거행되었다.

그녀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자메이카 평원에 있는 Forest Hills Cemetery & Crematory에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