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101

사람

영장과의 사람과에 딸린 동물. 지구상에서 가장 진화한 동물로 사유 능력과 언어를 가지며 도구를 만들어 쓰는 특징을 지님. 인격을 지닌 사회적 구성원. 날이 저문다. 먼 곳에서 빈 뜰이 넘어진다. 無限天空(무한천공) 바람 겹겹이 사람은 혼자 펄럭이고 조금씩 파도치는 거리의 집들 (강은교, '自轉자전 · Ⅰ', "풀잎" P. 30) 저 뒷울 댓이파리에 부서지는 달빛 그 맑은 반짝임을 내 홀로 어이 보리 섬돌 밑에 자지러지는 귀뚜리랑 풀여치 그 구슬 묻은 울음 소리를 내 홀로 어이 들으리 누군가 금방 달려들 것 같은 저 사립 옆 젖어드는 이슬에 목 무거워 오동잎도 툭툭 지는데 어허, 어찌 이리 서늘하고 푸르른 밤 주막집 달려가 막 소주 한 잔 나눌 이 없어 마당가 홀로 서서 그리움에 애리다 보니 울너머 저기 ..

정신병동(精神病棟) 시인(詩人)은

흐르는 곡은, Luis Cobos - Capricho Ruso * * * * * * * * * * * * * * * 정신병동(精神病棟) 시인(詩人)은 高巖 금리놀이에 광고는 엄청. 푼돈 줍는 동전거지 만드는 인터넷은행 앱. 애견센터 옆 보신탕집. 세계 최대 보신탕 전문 레스토랑. 세계평화 궁전 작두장군 교회. 진신사리와 세마포 보혈의 DNA로 자비와 사랑의 복제를. 세계 최초 주야간(晝夜間) 맞교대 대통령. 해저 침몰 그 나라 신사 참배(神社參拜)를 꿈꾼다. 제 주장만 옳고 상식이 파괴되는 정신병동(精神病棟)에서. 인샬라. 할렐루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니 요양원 도망나왔니? 앙이, 내 정신병원 탈출했지비.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슬픈 장난감 1 숨을 쉬면은 가슴속에 울리는 소리가 있어 늦가을 바람보다 더 적막한 그 소리 어떻게 되든 될 대로 돼버려라 하는 것 같은 요즈음의 내 마음 남몰래 두렵구나 누군가 나를 힘껏 야단이라도 쳐 주었으면 내 마음 나도 몰라 이 무슨 마음일까 새로운 내일 반드시 오리라고 굳게 믿으며 장담하던 나의 말 거짓은 없었는데 2 빠사삭 빠삭 양초의 노란 불빛 타들어 가듯 까만 밤 깊어가는 섣달 그믐날이여 대문 앞에서 공치는 소리가 난다 웃음소리도 즐거웠던 지난해 설날 돌아온 듯이 왠지 모르게 금년에는 좋은 일 많이 있을 듯 설날 새 아침 맑고 바람 한 점 없구나 정월 초나흘 어김없이 올해도 그 사람한테 일 년에 한 번 있는 엽서 또 받겠구나 사람들 모두 똑같은 방향으로 가고들 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만..

망상(妄想)이 빚어낸 허상(虛像)

누구나 어린 시절에 비가 온 뒤 일곱 빛깔 무지개가 뜨면, '저기가 어디일까.' 궁금하고 신기해서 마냥 따라가보고 싶은 마음을 느낀다. 동화 중에서도 무지개를 따라간 한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동화 속에 무지개를 쫓아간 소년은,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되도록 끝내 무지개를 잡지 못했다. 무지개가 우리 눈의 착시현상에서 비롯된 신기루인 것처럼, 우리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여기는 것 역시 망상이 빚어낸 허상이라고 한다. 사실 행복에는 그 어떤 조건도 없는 법이다. 행복은 행복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지금 여기에서 느낄 수 있는 '순간의 느낌'이라고 한다. "봄을 찾아 여기저기 들판을 헤매다 돌아와 보니, 집 마당에 매화꽃이 만발하였더라." 옛 조사 스님의 말씀처럼 참 행복은 어디 멀리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

메리앤 무어(Marianne Moore)

시 나도 시가 싫다. 이 하찮은 말장난보다 중요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 말장난을 아무리 완전히 경멸하면서 읽으려 해도, 결국엔 그 안에 뭔가 진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뭔가를 잡을 수 있는 손, 크게 떠질 수 있는 눈, 때론 일어서는 머리카락,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 거창한 해석을 그 위에 갖다 붙여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유용하기 때문이다. 원래의 뜻을 너무 많이 손대고 변형시켜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다면, 이건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겠지만 - 즉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거꾸로 매달려 먹이를 찾는 박쥐, 밀어붙이는 코끼리, 몸을 뒤집는 야생마, 나무 아래 지칠 줄 모르는 늑대, 몸에 붙은 벼룩에 언짢아하는 말처럼 살을 꼬집는 냉엄한 비평가, ..

가슴 뛰는 삶

한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책 중에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책은 읽지 않았다 해도 제목만큼은 익숙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책 제목도 제목이지만, 주위에 많은 사람이 얘기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슴 뛰는 경험이 얼마나 있었던가?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 그저 남과 다르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서, 남의 생각이 내 생각인 것처럼 착각하면서 살다 보니 재미있는 일도 없고, 가슴 설렐 일도 없는 것이다. 시간과 돈과 성공에 매달려서 달리다 보니, '이제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라는 사람도 많다.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먹고살아야 하니까... 일은 해야 하니까...' 하기는 하는데, 몸만 바쁘고 ..

메리앤 무어(Marianne Moore)

침묵 아버지는 말하곤 했네, "높은 지위의 사람은 결코 오래 머물지 않으며, 롱펠로의 무덤이나 하버드 대학의 유리 꽃들을 보여줄 필요도 없네. 고양이처럼 혼자 행동하고 - 먹이를 은밀한 곳으로 가져가며, 힘없이 처진 쥐꼬리를 신발 끈처럼 입에 물고 - 그들은 때로 고독을 즐기네, 그리고 할 말을 잃네 그들을 기쁘게 하는 말에 의해. 가장 깊은 감정은 항상 침묵 속에 나타나네, 침묵이 아닌, 절제 속에." 또한 그는 진지하게 말하네, "내 집을 네가 머무는 여관처럼 여겨라." 하지만 여관은 거주하는 집이 아니네. * * * * * * * * * * * * * * * * 메리앤 무어(Marianne Moore, 1887년 11월 15일 ~ 1972년 2월 5일)는 미국의 모더니스트 시인, 비평가, 번역가, ..

겨울

겨울은 회상과 우울과 고독의 계절이다. 그것은 지나간 화려했던 계절을 돌이켜보고 해[年]가 지나가는 허탈감 속에서, 차가운 밤바람 소리에 가슴죄는 계절이며, 집 떠난 방랑자가 방랑의 고독을 다시 한번 사무치게 느껴보는 계절이다. 문학 작품에서 흔히 겨울은 생명력이 결여되어 있다거나 차갑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취약계층에서는 의식주에 그야말로 서럽고, 힘들며, 배고픈 계절이기도 하다. 신라 자비왕 때, 경주 낭산(狼山) 동리(東里)에 가난한 선비 백결(百結) 선생이 있었다. 어찌나 가난한지 옷을 백 군데나 꿰맨 것을 걸쳤다 한다. 섣달그믐에 이웃집에서는 떡방아 찧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백결 선생 집에는 찬바람뿐, 빈손을 만지는 아내에게 떡방아 찧는 소리를 거문고로 타서 방아타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