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6 3

파울 첼란(Paul Celan)

눈 하나 열린 오월 빛깔, 서늘한, 시간 이제는 부를 수 없는 것, 뜨겁게 입안에서 들린다. 다시금, 그 누구의 목소리도 없고, 아파 오는 안구의 밑바닥. 눈꺼풀은 가로막지 않고, 속눈썹은 들어오는 것을 헤아리지 않는다. 눈물 반 방울, 한층 도수 높은 렌즈, 흔들리며, 너에게 모습들을 전해 준다. * 눈 하나 : Ein Auge 첼란의 시에서 빈번히 나오는 고통의 심상이다. 감기지 못한 눈, 뜬 채로 굳어진 눈, 생명의 물기를 잃어버린 눈, 본 것이 준 고통이 각막에 지워지지 않은 상흔으로 남아 지층에 총총히 박혀있는 눈 등. 이 시는 에 수록되어 있다. * * * * * * * * * * * * * * * * 파울 첼란(Paul Celan, 본명: 파울 안첼 Paul Antschel, 1920년 11..

지혜의 눈으로 내 안의 풍요를

스님들께서는 '깨달음이 곧 지혜고 지혜가 곧 깨달음'이라고 한다. 지혜는 또 '존재의 본질을 바르게 아는 것'이라고도 한다. 결국은 '바르게 아는 것이 곧 깨달음'이라는 말씀이다. 요즘처럼 소비를 부추기고 소유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사회를 살다 보면, 사실 '무엇이 진짜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그 가치를 바로 알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이 몰라서 '가진 게 없다 가난하다'라고 하지... 사실, 자기 몸 하나만 제대로 볼 줄 알아도 세상에 부자 아닌 사람이 없다." 많은 스님들이 이와 같은 법문을 설하신다. 이빨 하나 신장 하나만 따져도 수백수천을 호가하는데, '가진 게 없고', '가난하고', '부족한' 것은 어리석은 내 생각 속에서만 그렇다고 한다. 지혜로운 눈으로 알아차리고 보면, 있는 그대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