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101

엘제 라스커쉴러(Else Lasker-Schüler)

나 아느니(Ich weiss) 나 아느니, 머잖아 나 죽음을 맞아야 하리라는 것을 그러나 모든 나무들은 일제히 빛을 비춰 주네 오래도 갈망했던 7월의 키스를 향해 − 몽롱하게 되어 가네 나의 꿈들 − 이보다 더 희미하게 마감해 본 적은 없었네 나의 시운(詩韻)을 읊었던 시집들 속에서. 그대 한 떨기 꽃을 나에게 인사로 꺾어 주네 − 나 그러나 그것을 맹아(萌芽) 속에서 이미 사랑했었네. 나 아느니, 머잖아 죽음을 맞아야 하리라는 것을. 나의 숨결 신의 강물 위로 나부끼고 − 나 발걸음을 사뿐히 영원한 고향으로 가는 오솔길 위에 얹는다. * * * * * * * * * * * * * * * * 엘제 라스커쉴러(Else Lasker-Schüler, 1869년 2월 11일 ∼ 1945년 1월 22일)는 독일계..

세상을 사는 세 가지 덕목

사람이 세상을 사는데 꼭 필요한 세 가지 덕목이 있다. 첫 번째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이고, 두 번째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관용'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분별하는 '지혜'이다. 누구나 세상을 살다 보면 예외 없이 마주치는 인생의 난관들이 있다. 때로는 그것이 고통이 되고 괴로움이 되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세상일을 읽을 줄 아는 지혜에서 오는 법이다. 아무리 많은 일이 있다고 해도 사실 크게 분류해 놓고 보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내가 어쩔 수 있는 나의 일이 있고, 내가 어쩔 수 없는 하늘의 일이 있다. 그리고 또 내가 어쩔 수 없는 남의 일이 ..

루이 자크 나폴레옹 베르트랑(Louis Jacques Napoléon Bertrand)

밤의 가스파르 중 오! 몇 번이나 나는 스카르보를 보고 들었던가, 황금빛 꿀벌로 얼룩진 남색 깃발 위에 은화 같이 달이 밝은 한 밤중에! 몇 번이나 나는 들었던가 내 침대를 둘러싼 실크 커튼 속에서 긁어 대는 듯 울려 퍼지는 그의 웃음소리를. 몇 번이나 나는 보았던가 천정에서 떨어져서 손을 놓은 마녀의 빗자루처럼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아 춤추는 것을, 그리고 그가 사라지는가 하고 생각하자마자 그는 대당의 첨탑처럼 커지고 또 커져서 달빛을 가리고 그의 뾰족한 모자에서 금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의 몸은 푸르게 변하고 그리고 마치 촛농처럼 투명해졌다. 그의 얼굴은 꺼져가는 양초처럼 창백해졌다... 그리고 갑자기 그는 사라졌다. * * * * * * * * * * * * * * * * 루이 자크 나폴레옹 베..

비우고 멈춤에 안락을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특별한 습관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지금 나에게 가장 급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순위를 매겨보는 일이다. 가장 급한 일은 무엇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앉아서 순위를 매기다 보면, 사실 그렇게 중요하고 그렇게 급한 일은 몇 가지 안 되는 법이다. '중요하면서 급한 일'이 있고, '중요하면서도 급하지 않은 일'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외에는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들이 남는다. 중요하고 급한 경우만 정리하고 나면, 나머지 대부분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자질구레한 잡념들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괴로움, 고통, 근심, 걱정, 이런 번뇌가 모두 그렇다. 지나간 기억, 오지 않은 걱정을 다 비우고..

엘제 라스커쉴러(Else Lasker-Schüler)

나의 푸른 피아노 나는 집에 푸른 피아노 한 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음도 알지 못한다. 그것은 지하실문의 어둠 속에 서 있다, 세계가 야만화 한 이후로. 별의 손 넷이 연주한다 -달의 여인은 보트 안에서 노래하였다- 이제 쥐들이 달그락거리며 춤춘다. 건반이 부서졌다··· 나는 푸른 死者(사자)를 애도한다. 아, 친애하는 천사여, 나에게 -나는 쓰디쓴 빵을 먹었다- 나에게 살아 있을 때 하늘의 문을 열어다오- 禁令(금령)을 거스를지라도 * * * * * * * * * * * * * * * * 엘제 라스커쉴러(Else Lasker-Schüler, 1869년 2월 11일 ∼ 1945년 1월 22일)는 독일계 유대인 시인이자 극작가로, 베를린에서의 보헤미아니즘 라이프스타일과 그녀의 시로 유명하다. 그녀는..

한 해를 보내면서

세상이 산업 사회로 진입하고, 정보화의 시대로 변모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성의 황폐화를 보곤 한다. 패륜아가 부모를 폭행하고, 자식을 죽이는 뉴스가 온몸을 떨리게 한다. 지나친 공권력과 안 밝혀져도 좋은 사생활로 인해 죽음의 길로 몰고 간 어느 배우의 초상을 보며, 정의란 명분하의 법 앞에 인정은 없다는 냉혹함과 인간의 본성은 앙상하게 메말라 가고 있음을 절절히 느낀다. 윤리 질서와 도(道)는 인간이 쫓아가야 할 생명의 질서이며 우주의 정도(正道)이다. 불가의 초발심 자경(初發心自警文)에 '재색지화는 심어독사( 財色之禍 甚於毒蛇)'란 구절이 있다. 재산이나 부도덕한 남녀 관계의 타락의 화는 독사보다 그 독이 무섭다는 말이다. 재산의 탐욕은 우리의 혼을 흐리게 한다. 욕심은 세 가지 독(毒) 중에서 ..

루이 자크 나폴레옹 베르트랑(Louis Jacques Napoléon Bertrand)

밤의 가스파르 중 아! 내가 들은 것은 무엇이었던가? 그것은 밤바람의 음산한 울림이었던가? 아니면 교수대에 매달린 죽은 이의 한숨인가? 아니면 그것은 나무가 불쌍히 여겨 보호해 주는 귀뚜라미의 울음이었던가? 그것은 죽음의 소리에 멀어버린 귓가에서 파리가 먹이를 찾는 신호인가? 아니면 벗겨진 머리의 피투성이 머리칼을 잡아 뜯는 풍뎅이인가? 아니면 아마도 죄어진 그 목을 장식하려고 기다란 머슬린을 짜는 몇 마리의 거미인가? 그것은 지평선 너머 마을의 벽에서 울리는 종소리, 그리고 붉은 석양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목 매달린 시체. * * * * * * * * * * * * * * * * 루이 자크 나폴레옹 베르트랑 ; 알로이우스 베르트랑(Louis Jacques Napoléon Bertrand, 1807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