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1 4

님 찾아 간 길

흐르는 곡은, Bob Welch - Ebony Eyes(검은 눈동자) * * * * * * * * * * * * * * * 님 찾아 간 길 高巖 정서가 가난한 내 마음 내 무딘 언어의 파편을 가다듬으려 찾아 간 길 아니 우리의 사랑 확인하러 간 길 고규(孤閨)의 적막 속에 아늑함은 아득함으로 향기로운 님의 체취(體臭)는 간 곳 없고 타지의 외로움과 돌아와 지지 않을 어둠과 사르지 못한 체념에 눈앞이 가리고 고뇌가 저려옵니다 자신을 지키려는 고귀(高貴)함이 왜 제겐 쓸쓸함과 자괴심(自愧心)이 오는 건가요 저는 당신의 평범한 객인가요 지금까지 온 길보다 더 많은 길을 가고픈 데 그대 어이 낯선 가슴인가요 우린 동위원소(同位元素)인가요.

파울 첼란(Paul Celan)

죽음의 푸가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마신다 저녁에우리는 마신다 점심에 또 아침에 우리는 마신다 밤에우리는 마신다 또 마신다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비좁지 않게 눕는다한 남자가 집 안에 살고 있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그는 쓴다 어두워지면 독일로 너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레테그는 그걸 쓰고는 집 밖으로 나오고 별들이 번득인다 그가 휘파람으로 자기 사냥개들을 불러낸다그가 휘파람으로 자기 유대인들을 불러낸다 땅에 무덤 하나를 파게 한다그가 우리들에게 명령한다 이제 무도곡을 연주하라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마신다 밤에우리는 너를 마신다 아침에 또 점심에 우리는 너를 마신다 저녁에우리는 마신다 또 마신다한 남자가 집 안에 살고 있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그는 쓴다 어두워지면 독일..

마지막 교시(敎示)

부처의 마지막 교시가 '법등명( 法燈明) , 자등명 (自燈明)'이라고 한다. '자기를 등불 삼고, 법을 등불 삼아 가라'는 이 가르침은, 부처의 제자였던 밧칼리 존자의 열반 당시에도 설해졌다고 한다. 육신의 고통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 밧칼리 존자가, 마지막으로 부처의 얼굴을 뵙고 싶어 하자, 이 말을 전해 들은 부처가 지체 없이 달려갔다고 한다. 마지막 임종을 앞둔 제자에게 부처가 물었다. "밧칼리여, 육신의 고통은 어떠한가." "세존이시여, 저는 더 이상 이 고통을 견딜 수 없습니다. 다만 죽기 전에 부처님을 뵙게 됐으니 더 여한이 없습니다." 간절한 제자의 유언을 들은 부처는 자상한 위로의 말 대신, 엄한 꾸짖음을 내렸다고 한다. "···결국은 썩어 문드러질 이 늙은 육신을 보려고 나를 찾았는가? 법..

다랑이논

산골짜기 같은 곳에 층층으로 된 좁고 작은 논배미. → 다랑논. 산수유나무들 집집마다 다랑이논 밭두렁마다 언덕마다 (고은, '산수유', "해금강", p. 28) 그 산골짝 불질러 비알밭 일구고 다랑이논 층층이 단을 이루니 그 소출로 목구멍 풀칠하다 끊겨 부황난다 (고은, '난관', "백두산 · 2", p. 79) 포크레인이 산흙을 져 나르는 대모산 기슭에 쭈그리고 앉아 아직도 거기 남은 다랑이논을 써레질하는 늙은 농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시영, '달', "길은 멀다 친구여", p.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