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3 3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코코아 한 잔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픈 마음을 - 말과 행동으로 나누기 어려운 단 하나의 그 마음을 빼앗긴 말 대신에 행동으로 말하려는 심정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적에게 내던지는 심정을 - 그것은 성실하고 열심한 사람이 늘 갖는 슬픔인 것을. 끝없는 논쟁 후의 차갑게 식어버린 코코아 한 모금을 홀짝이며 혀 끝에 닿는 그 씁쓸한 맛깔로,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프고도 슬픈 마음을. (1911.6.15) * * * * * * * * * * * * * * * *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1886년 2월 20일 ~ 1912년 4월 13일)는 일본 메이지 시대의 시인 겸 문학평론가이다. 백석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시인이다. 지금은 죽어 일본 하코다데에 묻혀 있는 시인. 교사 신분으로, 학교개혁을 위해 ..

바른 말과 행동으로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구슬이 보배가 된다고는 하지만, 구슬을 꿰지 않고 그냥 두면 별반 가치를 갖지 못하게 된다. 불교의 인과법이 그와 비슷하다. 꽃씨를 놓고 봐도 꽃씨라는 원인에는 꽃이 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다 꽃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씨앗이라는 원인에 흙이나 물, 햇빛, 바람 같은 조건이 더해져야 비로소 싹이 트고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씨앗이 그렇고 구슬이 그런 것처럼 우리 안의 불성도 그렇다. 석가께서는 '모든 중생에게 부처될 씨앗이 있다'고는 하였지만, '부처가 될 씨앗'이 있다고 해서 모든 중생이 다 부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꽃씨라는 원인에 꽃이 필 조건이 필요하고, 구슬이라는 원인에 보배가 될 조건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 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