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8 4

앙리 미쇼(Henri Michaux)

빙산 난간도 울타리도 없는 빙산(冰山)에, 지친 늙은 까마귀들과 요사이 죽은 수부들의 망령들이 북극의 마(魔)와 같은 밤에 와서 팔꿈치를 괸다. 빙산, 빙산, 영원한 겨울의 무종교(無宗敎)의 대성당(大聖堂), 유성(流星) 지구의 머리 위에 씌운 빙모(氷帽) 추위에서 태어난 너의 기슭은 얼마나 고귀하고 또 순결한가. 빙산, 빙산, 북대서양의 등,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바다 위에 얼어붙은 장엄한 불상(佛像), 출구(出口) 없는 죽음의 번쩍거리는 등대, 침묵의 절규는 수세기 동안 계속된다. 빙산, 빙산, 필요 없는 고독인, 갇히고 멀고 벌레 없는 나라, 섬들의 가족, 샘물의 가족인 그대들은 보면 볼수록 얼마나 나에게는 친숙한 것이냐--- * * * * * * * * * * * * * * * * 앙리 미쇼(He..

언제나 맑은 마음

수도요금의 80퍼센트는 물을 정화시키는데 드는 비용이라고 한다. 한 컵의 흙탕물을 정화시키려면, 욕조로 세 개나 되는 분량의 물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엄청난 비용을 치르면서도 물을 맑히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생명은 몸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몸만큼이나 소중한 것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이다. 몸의 건강이야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일이니 어떤 비용을 치러서라도 치료하고 회복하려고 하게 마련이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온갖 독으로 오염이 되고 병이 들어도, 병든 줄 모르고 오염된 줄 모르고 사는 게 사람의 삶이다. 건강한 몸으로도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많다. 세상 일이 인과 아닌 것이 없는 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