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 101

오드리 로드(Audrey Geraldine Lorde)

장인(Artisan) 빛없는 작업실에서 우리는 노래하지 않는 새들을 만든다 빛나지만 날지는 못하는 연들을 빛이 섬세한 작업용 화기의 목구멍에 삼켜지는 속도로 나는 내가 달의 심장에 묻힌 생존 키트를 발견한 줄 알았어 거북처럼 납작하고 탄력적인 어둠의 입에 거북딱지로 만든 상자가 걸렸다 믿기 어렵게 정교한 무늬가 갑각에 새겨져 있고 그 아래는 달콤한 살이지. 내 이름의 형태는 알아보지 못했다. 우리의 침대보는 바닥까지 치렁치렁 늘어뜨린 한밤의 꽃이고 거기에서 너의 기술이 보인다 * * * * * * * * * * * * * * * * 오드리 로드(Audrey Geraldine Lorde, 1934년 2월 18일 ~ 1992년 11월 17일)은 미국의 작가, 교수, 철학자, 교차 페미니스트, 시인 및 시민권..

좋은 점을 찾는 노력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책 중에 '시크릿'이라는 책이 있다. 말 그대로 '비밀', 즉 삶의 비밀이 담긴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비밀이라고 하는 것이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는 원하지 않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더 많은 말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우선 그 생각의 방식부터가 판이하게 다르다고 한다. '된다, 안 된다', '좋다, 나쁘다' 분별하고 시비하는 부정적인 마음을 갖기보다는, 의식적으로 오직 원하고 바라는 것에만 생각을 모으고, 마음을 쏟는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가난이 싫다'가 아니라 '풍요가 좋다'라고 한다거나, '전쟁은 나쁜 것이다'라고 하기보다는 '평화가 좋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

사랑의 종말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흐르는 곡은, Jose Luis Perales - Y'te vas(그대는 떠나가네) * * * * * * * * * * * * * * * 사랑의 종말을 위한 세레나데(Serenade) 高巖 늘 잠 속에까지 따라 들어왔습니다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는 내 눈 속에 별로 남아 빛나는 그대는 그대 마음 끝까지 오르지 못한 나 사랑에 허기진 일 없을 것 같은 그대 그대가 쓰다 버린 옛 마음이라도 한 조각 주울 수만 있다면 나에게 시달려온 그리움 그대 향해 서성거린 기다림 어우를 수 있을 텐데 달리는 차 뒤를 포르르 따라가는 노란 은행잎들이 애처롭습니다 그리워할 수 있는 날이 있었다는 것 그리워할 수 있는 대상이 있었다는 것 모두 축복입니다 모두가 그리울 겁니다 같이 가는 가을마저도.

먹는 습관으로 건강한 생활을

살 좀 쪘다는 사람이면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도대체 먹는 것도 없는데 왜 살이 찌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먹지 않는데 살이 찔 턱이 있겠습니까? 원인 없는 결과가 없다고, 그 사람의 먹는 습관을 조금만 관찰해 봐도 그 이유는 쉽게 알 수 있다고 한다. '배가 부를 만큼 불러도 좀처럼 수저를 놓지 않는다.' 거나 '끼니때가 아닌 데도 늘 먹을거리를 찾는다.' 거나, 입이 심심하다고 먹고, 스트레스 쌓인다고 먹고, 또 맛있어서 먹고, 나중에는 그것이 습관이 돼서 자기 몸에 독이 되는지 모르고 먹는 것이다. 부처님 말씀에 '알고 짓는 죄보다, 모르고 짓는 죄가 더 크다'는 말씀이 있다. 솥이 뜨거운 줄 알고 잡는 사람과 솥이 뜨거운 줄 모르고 잡는 사람이 다른 법이다. 알고 하는 일은 스스로..

파울 첼란(Paul Celan)

어느 돌을 네가 들든 어느 돌을 네가 들든 - 너는 드러내 버린다. 돌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벌거벗긴 그들은 이제 짜임을 새롭게 한다. 어느 나무를 네가 베든 - 너는 짜 맞춘다. 그 위에 혼(魂)들이 또다시 고일 잠자리를, 마치 흔들리지 않을 듯이 이 영겁(永劫) 또한. 어느 말을 네가 하든 - 너는 감사한다 사멸(死滅)에. * * * * * * * * * * * * * * * * 파울 첼란(Paul Celan, 본명: 파울 안첼 Paul Antschel, 1920년 11월 23일 ~ 1970년 4월 20일 향년 49세)은 루마니아 출생의 독일어 시인이다. 처음에는 의학을 공부하였으나 전쟁으로 중단하고, 소련군 점령 후에는 빈으로 피신하여, 그곳에서 최초의 시집을 발표하였다(1947). 194..

있는 그대로가 매일 행복한 삶

생명이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들이 있다. 먹어야 하는 먹는 욕구와 자고자 하는 수면욕구, 종족을 잇고자 하는 번식욕구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 기본욕구에 덧붙여서 사람에게는 또 재물과 명예에 대한 욕구, 두 가지가 더 있다고 한다. 이 다섯 가지 욕구를 오욕(五慾)이라고 하는데, 이 욕구가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되면 그것이 곧 탐욕(貪慾)이 되는 것이다. 욕구,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필요이상을 채우고자 하는 이 탐욕에서 문제가 생긴다. 먹는 일 한 가지만 해도 그렇다. 먹어도 배가 터지게 먹고, 배가 안 고파도 먹고, 더 좋은 음식, 더 맛있는 음식, 더 비싼 음식을 탐하고 갈구하다 보면, 그 욕구는 점점 더 늘어나서 자기 분수 이상의 지출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탐욕의 ..

파울 첼란(Paul Celan)

흑암 저희가 가까이 있나이다, 주여. 잡힐 듯 가까이. 이미 잡혀서, 주여, 저희가 하나하나의 몸이 당신의 육신인 듯, 서로를 움켜쥐고 주여. 기도하소서, 주여 저희에게 기도하소서 저희가 가까이 있나이다. 바람에 뒤틀린 채 저희가 갔습니다 향하여 갔습니다. 물 괸 웅덩이와 분화구를 찾아 몸을 굽히려고. 물 마실 곳으로 갔습니다, 주여. 피였습니다, 그건 당신께서 흘리신 피였습니다, 주여. 그것이 반짝였습니다. 그것이 우리 눈에 당신의 형상을 비추었습니다, 주여. 눈과 입이 저렇듯 열려 있고 비어 있습니다, 주여. 저희가 마셨습니다, 주여. 피와 그 피 속에 잠겨 있는 형상을, 주여. 기도하소서, 주여. 저희가 가까이 있나이다. * 흑암 : '어둠' 외에도 '죽음의 밤'이라는 뜻도 있는데, 특히 예수가 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