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돌을 네가 들든
어느 돌을 네가 들든 -
너는 드러내 버린다.
돌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벌거벗긴
그들은 이제 짜임을 새롭게 한다.
어느 나무를 네가 베든 -
너는 짜 맞춘다.
그 위에 혼(魂)들이
또다시 고일 잠자리를,
마치 흔들리지 않을 듯이
이 영겁(永劫)
또한.
어느 말을 네가 하든 -
너는 감사한다
사멸(死滅)에.
* * * * * * * * * * * * * * *
* 파울 첼란(Paul Celan, 본명: 파울 안첼 Paul Antschel, 1920년 11월 23일 ~ 1970년 4월 20일 향년 49세)은 루마니아 출생의 독일어 시인이다.
처음에는 의학을 공부하였으나 전쟁으로 중단하고, 소련군 점령 후에는 빈으로 피신하여, 그곳에서 최초의 시집을 발표하였다(1947).
1948년에 프랑스 시민권을 얻어 파리에서 살면서 프랑스어·러시아어(語) 어학교사 겸 번역가로 일하면서, 시인으로 활약하였다.
그의 시는 시선(視線)이 포착(捕捉)한 사물을 금욕적이라 할 만큼, 응축된 시어에 정착케 하는 투명함과 순수함을 갖는 것으로, 독일 현대시 가운데 이채를 발하는 존재이다.
주저(主著)로는 시집 <기이함과 기억>(1952), <문지방에서 문지방으로>(1955), <말의 울타리>(1959) 등이 있다.
아우슈비츠 이후 프랑스 시인 에드몽 자베스와 더불어 가장 돋보인 유대계 시인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