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프랑스

파울 첼란(Paul Celan)

높은바위 2023. 12. 16. 07:43

 

눈 하나 열린

 

오월 빛깔, 서늘한, 시간

이제는 부를 수 없는 것, 뜨겁게

입안에서 들린다.

 

다시금, 그 누구의 목소리도 없고,

 

아파 오는 안구의 밑바닥.

눈꺼풀은

가로막지 않고, 속눈썹은

들어오는 것을 헤아리지 않는다.

 

눈물 반 방울,

한층 도수 높은 렌즈, 흔들리며,

너에게 모습들을 전해 준다.

 

* 눈 하나 : Ein Auge 첼란의 시에서 빈번히 나오는 고통의 심상이다.

감기지 못한 눈, 뜬 채로 굳어진 눈, 생명의 물기를 잃어버린 눈, 본 것이 준 

고통이 각막에 지워지지 않은 상흔으로 남아 지층에 총총히 박혀있는 눈 등.

이 시는 <언어창살>에 수록되어 있다.

 

* * * * * * * * * * * * * * *

 

파울 첼란(Paul Celan, 본명: 파울 안첼 Paul Antschel, 1920년 11월 23일 ~ 1970년 4월 20일 향년 49세)은 루마니아 출생의 독일어 시인이다.

1920년 루마니아 북구 부코비나의 체르노비츠에서 유대인 부모의 아들로 태어났다.(체르노비츠는 옛 합스부르크 왕가의 변방으로 독일어를 쓰는 지역이었다)

그의 나이 21세 때,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체느로비츠는 유대인 거주 지역(게토)으로 확정된다.

독일군이 도시를 점령한 후 유대인들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고, 첼란의 가족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끌려가 강제 노역을 하던 그는 부모의 처참한 죽음에 관한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 또한  가스실 처형 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이후 끔찍한 기억에 고통스러워하며 삶을 이어 간다.

종전 후 그는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번역 및 출판 일은 하다가 이후 오스트리아 빈으로 건너가 첫 시집 <유골항아리에서 나온 모래>(1948)를 발표한다.

그리고 1948년 프랑스 파리에 정착하여 센 강에 몸을 던져 1970년 자살하기까지 꾸준히 시작(詩作) 활동을 해 모두 7권의 독일어 시집을 남겼다.

1958년 브레멘 시 문학상을, 1960년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