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靑 노 루 85. 靑 노 루 박 목 월(1916-1979) 머언 산 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굽이를 靑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1946. 『청록집』 * 함축에 크게 의존하는 시어는 말의 리듬과 이미지, 어조(토운)가 보통의 언어에서보다중요한 구실을 한다. 한 폭의 담수채의 동양..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84. 駱 駝 84. 駱 駝 이 한 직(1921-1979) 눈을 감으면 어린 때 선생님이 걸어오신다 회차리를 드시고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시 생각한다 -- 옛날에 옛날에 -- 낙타는 어린 때 선생님처럼 늙었다. 나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금잔디 위에서 낙타를 본다. 내가 여윈 동심의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83. 榮 山 江 83. 榮 山 江 여 상 현 진달래 뿌리를 스쳐 가난한 마슬의 土墻을 돌아 열두 골 살살이 모여든 영산강 오백리 서러운 가람아 먼 天心처럼 푸르고 어질디어진 청춘의 마음인 듯 푸른 바다로 푸른 바다로 가는 길이기에 바맍없이 흘러가며 하냥 여울져 가느다란 경련을 일으킴이여 봉건의 티끌 처..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8
82. 秋日抒情 82. 秋日抒情 김 광 균 낙엽은 폴란드 亡命政府의 지폐 砲火에 이즈러진 도룬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러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4
81. 데 생 81. 데 생 김 광 균 1 향료(香料)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먼 고가선(高架線)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랏빌 색지(色紙)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조선일보. 1939.7.9. 雪 夜 어느 먼-곳의 그리운 소식이기..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4
80. 午後의 構圖 80. 午後의 構圖 김 광 균 바다 가까운 露臺1) 우에 아네모네의 고요한 꽃방울이 바랍에 졸고 흰 거품을 물고 밀려드는 파도의 발자최가 눈보라에 얼어붙은 계절의 창밖에 나즉이 얼어붙은 조각난 노래를 웅얼거린다 천정에 걸린 시계는 새로 두시 하 -- 얀 기적소리를 남기고 고독한 나의 오후의 응시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4
79. 해바라기의 碑銘 79. 해바라기의 碑銘 - 청년화가 L을 위하여 - 함 형 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碑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4
78. 동 천 78. 동 천 서 정 주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현대문학. 139호(1966. 5.) * 이 시는 7.5조의 정형율을 기반으로 한 단 5행의 작품이지만, 일체의 설명적 요소를 배제하고 고..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
77. 춘 향 유 문 77. 춘 향 유 문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다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
76. 무 등 을 보며 76. 무 등 을 보며 서 정 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산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