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77. 춘 향 유 문

높은바위 2005. 7. 11. 06:05
 

77. 춘  향  유  문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다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불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여요.

 

                    서정주 시선.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