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65

여름을 만나고 가는 비

흐르는 곡은, 유심초 - 너와 나의 석별 * * * * * * * * * * * * * * * 여름을 만나고 가는 비                 1 충동적으로 내리는 비는소리를 잘 포장하여 내린다.기억을 포장하고풀리지 않는 언어와 시간의 의미를 들려준다.사람 다니던 길에차가 달리던 도로에바람 실은 은비늘의 춤판이 벌어진다.쪼잔한 잔소리 건강한 수다도 함몰된처절하게 감동적인 음악이 연주된다.살아 움직이는 소리가 보인다.                  2 푸른 환상에 지친 구름바다가주렁주렁 영근 음표들을 풀어가고 있다.도는 시간의 그림자를 밟고연두 빛 저고리에흰 치마 기녀들의 가무는옥뜰을 지나 저잣거리로다시 저잣거리를 지나 옥뜰로 이어진다.좁은 방, 방음된 창문을 활짝 열고내 여린 열두 줄 가얏고는장단을 ..

첩(妾) 이야기

첩(妾)은 아내가 있는 남자가 데리고 사는 내연녀(內緣女)를 말한다.  "한 바지 다리는데 두 다리미 부딪치는 소리"라면 첩을 두었다는 뜻이 되었다.낭군 바지 하나를 본처와 첩이 맞붙들고 다리는 투기장면의 묘사이다. 씨앗(妾:첩)을 뜯으러 간다 산 넘어 할퀴러 간다 동산 밭에 메마꽃 같이 시원스레 나앉아 있는 씨앗(妾)내 눈에도 저만한 각시임눈에야 오죽할까.                       본처가 첩을 쥐어뜯으러 갔다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보고 맥없이 되돌아와서 부르는, 탐미(耽美) 무드가 넘치는 이 같은 아름다운 아량도 이 처(妻)와 첩(妾)의 공존풍토 형성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첩은 첩실(妾室)·소실(小室)·별가(別家)·별방(別房)·측실(側室)·작은집·작은마누라·작은 계집이라고도 하였다.우리나..

'백두산'의 다른 이름 '장백산'

우리나라 조산(祖山)이라고 할 수 있는 '장백산(長白山)'을 일부 국어사전에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면, 白頭山)'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되어 있다.'장백산'은 함경도와 중국 지린 성(吉林省)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2,750미터에 달하며, 산의 봉우리에는 칼데라호(caldera湖)인 천지(天池)가 있으며 압록강, 두만강, 쑹화강으로 흘러간다.   '장백산'이란 명칭은 조선시대에도 활발히 사용되어 왔다. '장백산'이라고 적은 가장 오래된 기록은 세종 13년(1431) 실록이다. 조선시대에도 조선인들이 '백두산'과 '장백산'을 혼용해 부른 기록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백산'이라고도 썼는데 이들 뜻이 다 흰머리산, 긴 흰 산, 흰 산이라는 뜻으로 서로 비슷하다.  만주어에서 비롯한 '..

루이즈 엘리자베스 글릭(Louise Elisabeth Glück)

아베르노(Averno) 1.영(靈)이 죽으면 너는 죽는다.영이 죽지 않으면 살고.잘할 수 없을지라도, 너는 계속하는 거야 -선택권이 없는 일이지.​이렇게 아이들한테 말하면아이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나이 든 사람들이란, 아이들은 생각한다 -어른들은 늘 이런 식이야:자기들이 잃어버리고 있는 그 모든 뇌세포들을 커버하려고아무도 볼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지,아이들은 서로에게 눈을 찡긋거리고;의자를 뜻하는 말을 더는 기억 못 해서영(靈)에 대해 이야기하는 늙은이의 말을 듣고 있다.​혼자가 되는 건 끔찍한 일이다.혼자 사는 걸 말하는 게 아니다 -혼자가 되는 것, 아무도 너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곳에서,​의자라는 단어가 생각난다.말하고 싶은데 - 이제 나는 아무 관심이 없다.​준비를 해야 해이런 생각을 하며..

제주도의 미풍(美風)

제주도를 돌(石), 바람(風), 여자(女)가 많다고 하여, 예로부터 삼다도(三多島)라고 일컬어 왔다.또 도둑과 대문과 거지가 없어, 삼무(三無)의 따뜻한 인정(人情)의 섬으로 인지(認知)되어 있다. 삼무(三無) 가운데 "도둑이 없다는 것"은 미풍(美風)의 형벌규례 때문이었다고 한다.예전 제주도 남해안 귤밭에는 이색적인 형벌행형이 있었다.수십 년 전까지 이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유일한 특산물이고, 값도 비쌌던 귤을 몰래 도둑질 해가는 귤도둑이 잡히면, 부젓가락으로 훔칠 '도(盜)'자를 크게 파 도려낸, 나무 팻말을 목에다 끼워 두는 것이다.만약 잘 때건, 깰 때건, 그 '도적패' 팻말을 잠시라도 벗은 흔적이 보일 때는, 하루에 벌금 1전(錢)씩을 가중하였다.물론 '도적패'를 목에 두르고 다니는 데..

'영계'의 어원(語源)

"영계만 찾다가 어디 장가나 가겠냐?""영계는 삼계탕 등 보양식으로, 중닭과 수탉은 육용으로, 노계와 폐계는 닭 육수를 만들 때 쓰인다." '영계'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나이 어린 이성의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병아리보다 조금 크고 살이 아직 무른 중간 크기 정도의 어린 닭"을 가리키는 명사(名詞)로 나온다.   ‘영계’는 ‘연계(軟鷄)’에서 변한말로, 본래 ‘병아리보다는 크지만 아직 살이 무른 햇닭’을 나타내는 말인데,이로부터 ‘어리고 여린 여자나 남자를 성적(性的)으로 이를 때 쓰는 비유적 의미’가 덧 생겼다. 여기서는 이 단어가 이미 ‘연계(軟鷄)’와의 형태적 관련성이 멀어졌다고 보아 고유어로 처리하고, ‘연계(軟鷄)’는 어원으로만 제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