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6

62. 바라춤

62. 바라춤                                          신석초(申石艸, 1909.6.4~1976.3.8)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無垢(무구)한 꽃잎으로 살어 여러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남몰래 솟아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찌할까나!  靑山(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鐘(종)소래는 하마 이슷도 하여이다 耿耿(경경)히 밝은 달은 덧없이 빈 寺院(사원)을 비초이고 後園(후원) 이슥한 꽃가지에 잠못이루는 杜鵑(두견)조차 피피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無常(무상)한 열반을 꿈꾸었으라 그러나 나도 모르게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마음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슬퍼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現世(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

56. 曠野(광야)

56. 曠野(광야)                                       이육사(李陸史, 1904.4.4~1944.1.16)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光陰(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千古(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超人(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1946 󰡔육사시집󰡕 * 이 시는 이육사의 확고한 역사 의식에 바탕을 둔 현실 극복의 의지가 예술 의식과 탁월하게 조화를 이룬 이육사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특..

54. 絶頂(절정)

54. 絶頂(절정)                                              이육사(李陸史, 1904.4.4~1944.1.16)  매운 계절의 채쭉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1940. 문장  * 이 시는『문장』(1930)에 발표된 시이다. ‘의열단’의 일원으로 치열한 독립 운동을 벌였던 이육사의 자세가 잘 나타나 있는 시이다. ‘고원, 북방’은 모두 ‘매운 계절의 채찍’, 즉 일제에 의해 밀려온 공간이면서 동시에 그것에 저항하는 공간인데, 이육사는 이 공간을 단 한번의 실수에도 목숨을 잃을 ..

53. 靑葡萄(청포도)

53. 靑葡萄(청포도)                                                   이육사(李陸史, 1904.4.4~1944.1.16)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靑袍(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렴.  1939. 문장  * 이 시에는 이육사의 시가 흔히 표현한 복잡한 갈등 의식이나 대결의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제재인 청포도를 비롯한 여러 소재들에 의..

소리는 같고 뜻이 다른 말

학습지 엄청난 필력!!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듯... 또는 96살 만학도 분이 쓰신 건가? 와 같이, 뜻이 다르게 짧은 글을 지어 봅시다. 밤 : 엄마가 시장에서 밤을 사 오셨다.             밤 :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밤에는 더 크게 들린다. 1. 눈 : 눈이 없어도 내 마음은 겨울이다.    눈 : 눈이 있어도 너를 볼 수 없기에. 2. 묻다 : 가슴에 그대를 묻어도.    묻다 : 매일 밤 그대를 묻는다. 3. 쓰다 : 사랑을 썼다.    쓰다 : 사랑은 썼다. 4. 차다 : 열받아서 철수머리를 찼다.    차다 : 철수 몸이 점점 차가워졌다. 5. 감다 : 96살의 밤, 시계태엽이 천천히 풀리고 감긴다.    감다 : 내 눈도 천천히 감긴다.

사랑(3)

소중히 여기어 정성을 다하는 마음. 정에 끌리어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그러한 관계. 사랑에는 모성애, 형제애, 이성애, 종교애, 자기애, 운명애 등 여러 종류가 있다.시에 있어 사랑은 주로 대상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을 바탕으로 지고한 사랑에 대한 정신적 고양을 추구하는 동인이 된다.한편 사랑은 그 좌절로 인한 외로움과 고통스러움, 물질성, 구속성 등의 내적 갈등을 야기하는 삶의 감옥 또는 업(業)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나는 너의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당신을 사랑해 하며아양을 떨고,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그 버스가 다니는 길과 버스 속의 구린내와길이 오른쪽으로 굽을 때 너의 허리춤에서무엇인가를 훔치는 한 사내의 부도덕에게 사랑의 法(법)을 묻는다 너를 사랑하기 위하여 오늘은 소주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