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85. 靑 노 루

높은바위 2005. 7. 18. 05:51
 

85. 靑 노 루

 

              박 목 월(1916-1979)

 

  머언 산 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가는 열두 굽이를

  靑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1946. 『청록집』

 

* 함축에 크게 의존하는 시어는 말의 리듬과 이미지, 어조(토운)가 보통의 언어에서보다중요한 구실을 한다. 한 폭의 담수채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이 시는 보통의 언어, 곧 산문적 내용을 고도의 언어의 절제와 운율감으로써 완성한 작품의 좋은 보기이다.

  다음은 ‘청노루’에 대한 정한모의 평이다. “청록파의 청록은 바로 목월의 ‘자연’ 속에 살던 ‘왕자’였다. 보랏빛 안개의 베일로 아련히 가리워진 자하산 속, 굽이굽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자연 속에서 뛰노는 청노루의 맑은 눈에 자기를 담으려 한 목월의 자연은 환상적 아름다움마저 지니고 있다. (중략) 향토적인 자연의 소재를 끌어올려 하나의 심혼의 자연을 창조한 것이 바로 이 ‘청노루’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