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7 2

캐럴 앤 더피(Carol Ann Duffy)

첫사랑 첫사랑이 립스틱만큼 입술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말하는 꿈에서 깨어나, 난 네 이름을, 수년간의 침묵 후에, 베개 머리맡에 말하네, 네 이름의 힘은 날 발가벗은 맨몸으로 창가에 다가가, 빛에 흔들리는 정원에 이름을 재차 말하게 하네. 아이의 사랑이었네, 하나 난 그 영상들을 눈에 힘주어 떠올리네, 처음엔 초점 없이 흐릿하게, 그러곤 거의 또렷하게, 낡은 영화가 느린 속도로 상영되듯이. 종일 난 그것을 보네, 내 연인의 두 눈을, 거울 속에서, 수시로 바뀌는 하늘을 담은 창문에서, 네가 그 어디에 있더라도. 그리고 나중에 여기, 오래전에 죽은, 한 별이 정확히 눈물방울 크기처럼 보이네. 오늘 밤, 꿈속에서의 연애편지가 내 가슴에 말을 더듬네. 얼마나 진지했던가. 넌 그 마지막 저녁에도 내 머릿속에 미소..

아네모네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풀. 봄에 붉고 푸르고 흰 꽃이 핌. 아네모네는 그리스어로 '바람'이라는 뜻. 바다 가까운 露台(노대) 우에아네모네의 고요한 꽃방울이 바람에 졸고 (김광균, '午後오후의 構圖구도', "와사등") 바람둥이는 아네모네의 꽃말그 꽃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겹으로 마음을 감춘 꽃송이 속에혼자 숨어 있어도 좋은섬 하나 떠 있다 (박제천, '섬을 찾아서', "너의 이름 나의 시", p. 32) 한 줄기는 보라꽃花冠(화관)이 꿈 같다절반은 부러지고할 수 없이 정숙하게너는눈에 든다정이 가는 곳이면 一步(일보)아무 말없이 一步(일보) 걸음마를 타듯다가서고 싶다 상큼하고 가냘픈냄새도 빛도 없이저물어가는 물 위로 (김영태, '아네모네', "초개수첩", p.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