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4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거리의 노래 왜 부끄러운 건데? 누군가 자신의 시간을 채운 뒤에 나가게 하는 것은, 그가 모든 사람과 똑같고, 거리에도 감옥에 있었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야.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거리를 싸돌아다니고, 비가 오든 날이 개든 우리에겐 언제나 좋다. 거리에서 말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아가씨들과 부딪치면서 혼자 말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문가에서 휘파람 불며 아가씨들을 기다리고, 길거리에서 껴안고, 극장으로 데려가고, 아름다운 무릎에 누워 몰래 담배를 피우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녀들과 더듬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밤이면 침대에서 두 팔로 목을 감고 아래로 내려가는 걸 느끼고, 아침이면 감옥에서 나가 다시 시원한 햇살 쪼일 생각을 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술에 취해 마냥 싸돌아다니고..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아침이면 당신은 언제나 돌아온다 새벽의 여명은 텅 빈 거리들 끝에서 당신의 입으로 호흡한다. 당신의 눈은 회색빛, 어두운 언덕 위 새벽의 달콤한 이슬방울. 당신의 걸음과 당신의 숨결은 새벽의 바람처럼 집들을 뒤덮는다. 도시는 전율하고, 돌들은 냄새를 풍긴다- 당신은 삶, 깨어남. 새벽의 빛 속에 사라진 별, 산들바람의 서걱거림. 따스함, 호흡 밤은 끝났다. 당신은 빛, 당신은 아침. * * * * * * * * * * * * * * *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1908년 ~ 1950년)는 이탈리아의 소설가 · 시인이다. 북부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주(州) 산토 스테파노 벨보 마을에서 출생하였다. 베르보 강(江)은 구릉을 누비며 포 강(江)으로 빠져 토리노 시(市)를 관류하고 있다. 이러한 ..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당신도 언덕 당신도 언덕, 돌들의 오솔길, 갈대들의 놀이. 당신은 밤에 침묵하는 포도밭을 안다. 말하지 않는다. 침묵하는 땅이 있고 당신의 땅이 아니다. 나무들과 언덕들 위에 지속되는 침묵이 있다. 강물과 들판이 있다. 당신은 굴복하지 않는 닫힌 침묵, 당신은 입술, 어두운 눈, 당신은 포도밭. 그것은 말하지 않고 기다리는 땅이다. 불타는 하늘들 아래 나날들이 지나갔다. 당신은 구름들과 놀랐다. 그것은 나쁜 땅, 당신의 이마는 그걸 안다. 그것도 포도밭이다. 당신은 구름과 갈대밭, 달그림자 같은 목소리를 되찾으리. 놀이들의 밤과 같은 짧은 삶 너머 불타는 유년기 너머 말들을 되찾으러. 침묵은 달콤하리라. 당신은 땅, 포도밭. 불타는 침묵이 저녁의 화톳불처럼 들판을 불태우리라. ​ * * * * * * *..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배신 오늘 아침 나는 이제 외롭지 않다. 최근의 여자가 바닥에 누워 있고, 아직 밤의 잠에 젖어, 차갑고 혼탁하고 고요한 강물 위로 힘겹게 나아가는 내 보트의 이물을 무겁게 누르고 있다. 햇살 아래 재빠른 물살과 모래 채취꾼들의 소음으로 격렬한 포 강을 벗어나, 수많은 소용돌이 물굽이를 돌고 돌아 산고네 강으로 들어갔다. "꿈만 같아." 그녀가 누운 몸을 움직이지도 않고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높다란 강둑의 좁은 꼭대기에는 포플러나무들이 빽빽하다. 이토록 고요한 강물에서 보트는 얼마나 볼품없는가. 이물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나는 고물에 서서 힘겹게 나아가는 보트를 본다. 하얀 시트에 둘러싸인 여자의 몸무게에 이물이 가라앉는다. 여자친구는 게으르다고 말했고,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