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이탈리아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높은바위 2023. 3. 24. 07:28

 

       거리의 노래

 

왜 부끄러운 건데? 누군가 자신의 시간을 채운 뒤에

나가게 하는 것은, 그가 모든 사람과 똑같고,

거리에도 감옥에 있었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야.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거리를 싸돌아다니고,

비가 오든 날이 개든 우리에겐 언제나 좋다.

거리에서 말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아가씨들과

부딪치면서 혼자 말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문가에서 휘파람 불며 아가씨들을 기다리고,

길거리에서 껴안고, 극장으로 데려가고, 아름다운

무릎에 누워 몰래 담배를 피우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녀들과 더듬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밤이면 침대에서 두 팔로 목을 감고 아래로

내려가는 걸 느끼고, 아침이면 감옥에서 나가 다시

시원한 햇살 쪼일 생각을 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술에 취해 마냥 싸돌아다니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일일이-심지어 못생긴

사람들까지- 거리를 즐기는 모습을 웃으며 바라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술에 취해 노래하고,

술 취한 사람들을 만나고, 말을 걸어 이야기하면

이야기는 오래오래 이어지고 목이 마른다.

혼자 이야기하며 돌아다니는 그 모든 사람과 함께

우리는 밤 선술집 구석에 앉아 있고 싶고,

그들과 함께 우리의 기타 소리를 뒤따르고 싶다.

기타는 술에 취해 날뛰며 좁은 곳에 있지 못하고

문들을 열어젖히고 허공으로 메아리친다.

밖에는 빗줄기, 또는 별들이 쏟아진다. 이 시간 거리에

아름다운 오늘밤 우리도 감옥에서 나왔기에

혼자 웃는 술 취한 사람을 만날 것이고,

그와 함께 노래하고 고함치며 아침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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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1908년 ~ 1950년)는 이탈리아의 소설가 · 시인이다.

북부 이탈리아의 피에몬테 주(州) 산토 스테파노 벨보 마을에서 출생하였다.

베르보 강(江)은 구릉을 누비며 포 강(江)으로 빠져 토리노 시(市)를 관류하고 있다.

이러한 구릉(丘陵), 강, 도회지 등이 작품의 배경으로 일관되어 있다. 

토리노 대학을 졸업한 후 고교 교사와 <문화>지(誌)의 편집을 하는 한편 현대 영미 문학을 다수 소개 또는 번역했다.

특히 조이스나 포크노로부터는 수법상의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

1935년 반(反) 파쇼 활동으로 인하여 남 이탈리아에서 옥살이를 하였다.

처녀작 <너의 고향>(1941)은 최초의 네오리얼리즘 문학이라 인정되었으며 그 후에도 더럽혀진 목숨, 자살의 유혹, 좌절된 사랑 등 신화와 현실과의 교착(交錯)을 주제로 하여 독자적인 서정 세계를 구축하였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름>(1949)으로 스토레가상(賞)을 받는 등, 작가로서 크게 성공한 후 소설의 주인공과 같은 숙명에 처해 토리노의 한 호텔에서 자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