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80. 午後의 構圖

높은바위 2005. 7. 14. 06:10
 

80. 午後의 構圖

 

                   김 광 균

 

  바다 가까운 露臺1) 우에

  아네모네의 고요한 꽃방울이 바랍에 졸고

  흰 거품을 물고 밀려드는 파도의 발자최가

  눈보라에 얼어붙은 계절의 창밖에

  나즉이 얼어붙은 조각난 노래를 웅얼거린다


  천정에 걸린 시계는 새로 두시

  하 -- 얀 기적소리를 남기고

  고독한 나의 오후의 응시 속에 잠기여가는

  북양 항로의 깃발이

  지금 눈부신 弧線을 긋고 먼 해안 우에 아물거린다


  긴- 뱃길에 한배 가득히 장마를 싣고

  황혼에 돌아온 적은 기선이 부두에 닻을 나리고

  창백한 感傷에 녹슬은 돛대 위에

  떠도는 갈매기의 날개가 그리는

  한줄기 譜表는 적막하려니


  바람이 울 적마다

  어두운 카-텐을 새여오는 보이얀 햇빛에 가슴이 매여

  여윈 두 손을 들어 창을 나리면

  하이-헌 추억의 벽 우엔 별빛이 하나

  눈을 감으면 내 가슴엔 처량헌 파도소리뿐

 

                           1935. 조선중앙일보

       

       

1) 노대 : 발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