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82. 秋日抒情

높은바위 2005. 7. 14. 06:13
 

82. 秋日抒情

             

                                             김 광 균

 

  낙엽은 폴란드 亡命政府의 지폐

  砲火에 이즈러진

  도룬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러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꾸부러진 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紙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버레 소래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帳幕 저쪽에

  고독한 半圓을 긋고 잠기여간다

 

              1940. 인문평론

 

* 이 시는 시각적 이미지를 독특한 비유를 통해 형상화시킨 이미지즘 계열의 시이다. 이와 같은 회화적 표현은 구체적 사물 뿐만 아니라 관념이나 심리적 사상까지도 시각화된 이미지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사실적 서경의 표현보다 일산적 관념을 깨뜨리는 낯선 비유를 사용함으로써 상상력의 비약과 지적 인식을 요구하고 있다.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구겨진 넥타이’, ‘담배연기’와 같은 비유는 근대화된 서구 도시 문명에 대한 관심의 표상이며, ‘나무’와 ‘공장’을 각기 ‘근골’과 ‘흰 이빨’과 같은 기계적, 물질적 이미지로 비유한 것은 사회의 근대적 변화에 대한 감수성을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