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79. 해바라기의 碑銘

높은바위 2005. 7. 14. 06:08
 

79. 해바라기의 碑銘

         - 청년화가 L을 위하여 -

 

                             함 형 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碑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1936. 시인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