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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가늘한 내음

166. 가늘한 내음                                  김 영 랑 내 가슴 속에 가늘한 내음 애끈히 떠도는 내음 저녁 해 고요히 지는 제 머언 산(山) 허리에 슬리는 보랏빛 오! 그 수심 뜬 보랏빛 내가 잃은 마음의 그림자 한 이를 정열에 정열에 뚝뚝 떨어진 모란의 깃든 향취가 이 가슴 놓고 갔을 줄이야. 얼결에 여흰 봄 흐르는 마음 헛되이 찾으려 허덕이는 날 뻘 우에 처얼석 갯물이 놓이듯얼컥 니이는 훗근한 내음  아 ! 훗근한 내음 내키다 마아는서어한 가슴에 그늘이 도오나니 수심 뜨고 애끈하고 고요하기 산 허리에 슬리는 저녁 보랏빛 *  이 시는 김영랑의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과 같이 이 시인의 유려한 언어 미학의 세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시라 하겠다.  ‘내마음 속에 가..

165. 길

165.   길                                 김 소 월 어제도 하로밤나그네 집에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였소. 오늘은또 몇 십 리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들로 갈까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정주(定州) 곽산(郭山)차(車)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저 기러기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저 기러기열 십자(十字)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길이라도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 1925.12   이 시는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의 의지할 곳 없는 서글픈 심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암담하고 처량한 심정을 나타내기 위해서 ‘가마귀’를, 향수의 정감을 나타내기 위해 ‘기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