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 마음
김 광섭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나리고,
숲은 말없이 잠드나니.
행여 백조(白鳥)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문장>1939.6
1.나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2.이 시는 어떤 상황을 노래한 것인지 상상하여 한편의 이야기로 꾸며 봅시다.
이산(怡山)은 이 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마음은 간단히 말하자면 ‘느낌’이다. <중략> 물욕을 버리자는 것이 내 일생의 양심이었다. 일생동안 나에게는 변하지 않은 진리는 이 한 가지 뿐이다. 물욕을 버리고 내 마음을 순수하게 지키는 것이 이 풍파많은 세상에 나를 오래 살게 한데 대한 보은(報恩)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이 시 「마음」은 내게 중요한 작품이다.
3.이 시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순수한 세계를 지향하는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난 이 시는 정돈된 형식미까지 갖추고 있다.‘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로 비유하여 사념이 없는 명경지수의 상태, 곧 맑고 고요한 내면의 풍경을 조용한 관조의 자세로 노래하고 있다.‘백조’라는 기다림의 대상을 통해 자유의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인간성을 순수 상태로 실현시켜 주는 영원하고 진실한 세계로서의 자연에 자신을 몰입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별과 숲은 마음을 지켜주는 자연물로서 순결하고 평화스러운 세상인 ‘백조가 오는 날’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이다.
사람들에 의해 어지럽혀진 자신의 마음을 자연에 몰입하여 관조함으로써 평정을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외계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영향을 받고 있다. 이것은 그가 처해 있는 역사적 현실에 적극 대응하는 대결의 자세를 취했다기 보다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관조적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의 한계나 부조리를 내면화시켜 자연을 통해 시인이 가지고 있는 어떤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려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치열한 대결을 피하기 위한 장치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4.구성
고요한 물결같은 내 마음(1연)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2연)
마음이 평온한 밤(3연)
평화로운 마음에 대한 소망(4연)
5.이 시의 핵심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본성적으로 물결은 외부의 자극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그런 물결에 자신의 마음을 빗댄 것이다. 하지만 물결은 쉽게 외부 자극을 받으면서도 스스로 고요해지려고, 수평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물결의 원관념은 마음이다.
6.주제
고요한 마음에 대한 동경
7.지은이 소개
김광섭(金珖燮;1905-1977)함경북도 경성 출생. 호는 이산(怡山). ‘해외문학’ 동인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하였으며, 1935년 「시원(詩苑)」지에 「고독」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활동을 시작하고, 1938년 처녀 시집 ꡔ동경ꡕ을 상재함. 이후 1970년대까지 ꡔ반응ꡕ, ꡔ성북동 비둘기ꡕ 등 다섯권의 시집을 발간.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1941년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고취하였다는 이유로 수감, 1944년 출감함. 그후 대통령 공보비서관도 지냄.
처녀 시집ꡔ동경ꡕ으로부터 1957년 ꡔ해바라기ꡕ에 이르기까지는 출세작 「고독」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관념적이고 지적인 것이 주류를 이룬다. 한편, 「성북동 비둘기」로 대표되는 그의 후기시들은 초기의 추상성과 관념성을 벗어 버리고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현실의 세계로 접어 든다. 그의 시정신은 크게 세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는 민족적 현실과 관련된 민족주의 이념이고, 둘째는 문학과 인식의 태도에 있어서 낭만주의적 경향이며, 셋째는 지성적 이미지의 내재이다. 시집으로 ꡔ동경ꡕ(1938), ꡔ마음ꡕ(1949), ꡔ해바라기ꡕ(1957), ꡔ성북동비둘기ꡕ(1969) 등이 있다.
8.생각해 봅시다.
(1)각 시어들의 원관념을 살펴 보자.
*고요한 물결-잔잔한 이미지를 주지만 다른 사물에 영향을 받기 쉬운 존재
*돌을 던지는 사람-이권을 빼앗거나 엿보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유혹하는 사람
*숲-환경
*백조-희망과 이상, 순결과 평화의 경지
*물가-마음
*꿈-번거로운 망념(妄念)들을 가라앉히고 백조를 기다리는 꿈
9.이 시는 어떤 작품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요.
마음의 상태를 물결에 비유한다는 면에서는 김동명의 「내마음은」, 김영랑의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와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