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60. 黃土에 내리는 비

높은바위 2005. 8. 2. 05:54
 

160. 黃土에 내리는 비

 

                                      이 가 림

 

  동풍이 목놓아 소리치는 날

  빈 창자를 쓰리게 하는 소주를 마시며

  호남선에 매달려 간다 차창 밖 바라보면

  달려와 마중하는 누우런 안개

  호롱불의 얼굴들은 왜 떠오르지 않는가

  언제나 버려져 있는 고향땅

  단 한번 무쇠낫이 빛났을 때에도

  모든 목숨들은 諺文으로 울었을 뿐이다

  논두렁 밭두렁에

  장삼이사의 아우성처럼 내리는 비

  캄캄한 들녘 어디선가

  녹두장군의 발짝 소리 들려온다

  하늘에 直訴하듯 치거든

  말없이 젖어 있는 풀들의 머리

 

                        1974. 한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