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58. 韓國의 아이

높은바위 2005. 8. 2. 05:52
 

158. 韓國의 아이

 

                       황 명 걸

 

  배가 고파 우는 아이야

  울다 지쳐 잠든 아이야

  장난감이 없어 보채는 아이야

  보채다 돌멩이를 가지고 노는 아이야

  네 어미는 젖이 모자랐단다

  네 아비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단다

  네가 철나기 전 두 분은 가시면서

  어미는 눈물과 한숨을

  아비는 매질과 술주정을

  벼 몇 섬의 빚과 함께 남겼단다

  뼈골이 부숴지게 일은 했으나

  워낙 못 사는 나라의 빽성이라서

  뼈골이 부숴지게 일은 했으나

  워낙 못 사는 나라의 백성이라서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야

  사채기만 가리지 않으면

  성별을 알 수 없는 아이야

  누더기옷의 아이야

  계집아이는 어미를 닮지 말고

  사내아이는 아비를 닮지 말고

  못 사는 나라에 태어난 죄만으로

  보다 더 뼈골이 부숴지게 일을 해서

  머지 않아 네가 어른이 될 때에는

  잘 사는 나라를 이룩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명심할 것은 아이야

  일가친척 하나 없는 아이야

  혈혈단신의 아이야

  너무 외롭다고 해서

  숙부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

  외숙이라는 사람을 믿지 말고

  그 누구도 믿지 말라

  가지고 노는 돌멩이로

  미운 놈의 이마빡을 깔 줄 알고

  정교한 조각을 쪼을 줄 알고

  하나의 성을 쌓아 올리도록 하여라

  맑은 눈빛의 아이야

  빛나는 눈빛의 아이야

  불타는 눈빛의 아이야

 

                   1965. 청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