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152. 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고 은 광혜원 이월마을에서 칠현산 기슭에 이르기 전에 그만 나는 영문 모를 드넓은 자작나무 분지로 접어들었다. 누군가가 가라고 내 등을 떠밀었는지 나는 뒤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다만 눈발에 익숙한 먼 산에 대해서 아무런 상관도 없게 자작나무숲의 벗은 몸들이 이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31
151.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151. 문의(文義) 마을1)에 가서 고 은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무득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31
150. 화 살 150. 화 살 고 은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 십년 동안 가진 것 몇 십년 동안 누린 것 몇 십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뮛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31
또 하나의 눈, 안경 관리법 1. 안경을 쓰거나 벗을 때는 항상 두 손을 이용한다. 손이 두 개인 것, 그리고 안경 다리가 두 개인 것.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다 이유가 있다. 안경 형태가 일그러지는 가장 큰 원인은 한 손으로 쓰고 벗기 때문이다. 나사의 조임이 느슨해지거나 안경 다리의 높낮이가 서로 달라지는 것을 .. 쉬어가는 이야기 2005.07.30
149. 갈 대 149. 갈 대 신 경 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30
148. 목계장터 148. 목계장터 신 경 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당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30
147. 農 舞 147. 農 舞 신 경 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조무래기들뿐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30
146. 풀 잎 146. 풀 잎 박 성 룡 Ⅰ 너의 이름이 부드러워서 너를 불러 일으키는 나의 성대가 부드러워서 어디에 비겨볼 의미도 없이 그냥 바람 속에 피어 서 있는 너의 그 푸른 눈길이 부드러워서 너에게서 피어오른 푸우런 향기가 너에게서 일어나는 드높은 음향이 발길에 어깨 위에 언덕길에 바위 틈에 허물어진..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30
145. 가을에 145. 가을에 정 한 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 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9
144. 나비의 여행 144. 나비의 여행 정 한 모 아가는 밤마다 길을 떠난다. 하늘하늘 밤의 어둠을 흔들면서 수면(睡眠)의 강을 건너 빛 뿌리는 기억의 들판을, 출렁이는 내일의 바다를 날으다가 깜깜한 절벽, 헤어날 수 없는 미로(迷路)에 부딪치곤 까무라쳐 돌아온다. 한 장 검은 표지를 열고 들어서면 아비규환하는 화약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