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문의(文義) 마을1)에 가서
고 은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무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서 또 무엇을 덮겠느냐.
겨울 문의(文義)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을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文義)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시집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1974)
* 1) 문의 마을 : 충북 청원군 대청 호반의 마을. 지금은 대청댐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