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47. 農 舞

높은바위 2005. 7. 30. 05:53
 

147. 農     舞

 

                     신 경 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조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1971. 창작과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