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 들길에 서서 179. 들길에 서서 신 석 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 푸른 산처럼 든든하..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8.21
178. 꽃 덤 불 178. 꽃 덤 불 신 석 정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8.20
177. 생(生)의 감각(感覺) 177. 생(生)의 감각(感覺) 金 珖 燮 여명(黎明)에서 종이 울린다.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이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때가 있었다. 깨진 그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8.19
176. 슬픈 구도 176. 슬픈 구도 신 석 정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 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어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 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 뿐이오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 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8.18
175.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175.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신 석 정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8.17
174.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174.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야장미(野薔薇)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세요.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8.16
173. 울릉도(鬱陵島) 173. 울릉도(鬱陵島) 유 치 환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범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을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위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8.15
퓨전(Fusion) 퓨전에는 국적이 없다? '이질적인 것들의 뒤섞임, 조합, 조화'를 뜻하는 퓨전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기도 하고, 음악과 미술이 어울린 자리에 연극적인 퍼포먼스가 행해지기도 한다. 퓨전이 장르간의 벽을 넘나든다는 뜻의 '크로스오버'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국.. 쉬어가는 이야기 2005.08.13
172. 생명의 서·1장 172. 생명의 서·1장 유 치 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8.13
171. 바 위 171.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黙)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