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79. 들길에 서서

높은바위 2005. 8. 21. 08:32
 

179. 들길에 서서


                               신 석 정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삼(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문장> 1936.6.


1.나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2.이 시는 어떤 상황을 노래한 것인지 상상하여 한편의 이야기로 꾸며 봅시다.

 

   일제는 만주를 집어 삼키고 승승장구 중국본토로 총뿌리를 돌리는가 하면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드디어는 우리네 젊은이들을 학병이다 지원병이다 하여  총알받이로 몰아 세우고 있었다. 또 우리 국어 말살 정책을 펴 신문과 잡지를 깡그리 폐간시키고 태양도 무색하리 만큼 조국의 하늘은 어두워 갔다. 그때 시인은 들길에서 푸른 별을 본 것이다.

3.이 시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뼈에 저리도록 슬픈’ 일상적, 민족적 현실 속에서도 ‘푸른 산’처럼 지구를 디디고 살며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을 ‘거룩한 일과’로 삼고 있는 굳은 신념과 의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별이 있으니 시간적으로 지금은 밤일 것이다. 밤이란 극복해야 할 현실의 암담함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시인의 인식은 2연과 4연에서 암시가 되고 5연에 이르러 강렬한 어조로 나타난다. 시인은 별을 노래함으로 초월적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더구나 그 별은 푸르다. 별을 바라보는 삶을 시인은  ‘기쁜 일’, ‘숭고한 일’ 이라고 외친다. 뼈저리게 슬픈 생활 속에서 다짐하는 삶의 의지가 긍정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저문 들길에 서서 시적 자아는 자신의 삶을 돌아다 보고 밝고 건강한 삶의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살아가리라고 다짐하는 시다.  강한 지조를 가지고 자신의 이상을 따라 사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실천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 시에는 생활이 어렵고 슬프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고 굳건히 이상을 실현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잘 드러나 있는 것이다.

 

  이 시에 대한 시인의 육성을 듣자.

  - 어찌 생활이 슬퍼서 좋으랴?  천부당 만부당한 말이다. 너무나 생활은 슬펐기에 슬퍼서는 안 되겠다는 반어요, 작은 대로 절규로 보아 좋으리라.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는 소월의 가락 속에서 가슴 속 깊이 흐르고 있는 눈물을 우리는 역력히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죽림칠현(竹林七賢)은 거문고와 술 속에 묻혀 청담(淸談)에 탐닉했다고만 몰아 세우는 우를 범하기 전에 당시의 정치적 압박에 대한 저항으로 보는 노신(魯迅)의 지적은 가장 타당한 견해임에 틀림없다. 그것이 비록 소극적이었다고는 할지언정... ...-

                             「상처 입은 작은 역정의 회고」 중에서

                                                       

4.구성

 

  푸른 하늘을 우러르는 숭고한 삶(1, 2연)

  지구를 디디고 사는 기쁜 삶(3, 4연)

  푸른 별을 바라보는 거룩한 삶(5, 6연)


5.이 시의 핵심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이 시에서는 별이라는 시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는 행위는 이상과 꿈을 향해 있는 자세를 암시한다. 현실에서도 별을 바라보는 행위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주는 행위이다. 슬픈 형실 속에서 푸른 별을 바라본다는 것은 현실의 슬픔을 이겨내려는 행위인 것이다. 시어의 사용은 일제하의 현실을 초극하려는 시인의 의식의 우회적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에서 주제를 함축한 시어는 ‘푸른 별’이다.


6.주제

  신념을 굽히지 않고 이상을 실현하려는 의지


7.지은이 소개


8.생각해 봅시다.

  (1) 이 시에 나타난 시인의 삶에 대한 자세는 어떤 것인지 생각하여 보자.

   * 시인의 삶에 대한 자세는 2, 4, 5연에 잘 나타나 있다. 2, 4연에서는 삶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고, 5연에서 현실의 어려움을 초극하여 이상과 희망을 가지고 사는 긍정적 삶의 자세를 보인다. 이 시의 주제는 5연에 잘 나타나 있다.

  (2) 이 시의 이미지는 어떠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 알아보자(‘수직’이란 단어를 이용할 것).

    *산과 구름으로 대비되는 수직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이러한 수직의 구조는 인간이 직립하여 설 수 있는 것을 현실에 발을 딛고 이상을 갖고 사는 것으로 보는 것과 대비된다.

9.이 시는 어떤 작품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상을 간직하고 사는 삶은 아름답다고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민태원의 수필 「청춘예찬」과 굳센 지조와 의지를 말했다는 점에서 조지훈의 논설 「지조론」과도 관련된다. 초기시의 전원적인 분위기를 극복하고 현실과의 대결을 노래했다는 점에서는 그의 「전아사」(“새벽종이 울 때까지 창을 겨누리라”), 「밤을 지니고」(“밤에서 살으련다 새벽이 올 때까지“), 「고운 심장」(”밤이 이대로 억만년을 갈리라구“) 등이 연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