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81.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높은바위 2005. 8. 23. 05:59
 

181.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柳  致  環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窈窕)ㅎ던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에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非道)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라.


들어 보라.

이 거짓의 거리에서 숨결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동아일보」(1960.3.13)



1.시작(詩作) 배경

  자유당 말기의 사회상과 시인의 처신을 노래한 앙가지망(사회참여)적

  저항시 작품.


2.시상의 전개

  *제1연-지조를 지키는 이의 긍지   *제2연-부정한 사회현실

  *제3연-뜨거운 저항 의지         *제4연-지조와 정의에 대한 결의

  *제5연-현실의 고발               *제6연-땅에 묻는 뜨거운 노래


3.주제:사회 정의(正義)의 고취     

 

4.소재:부정부패한 사회


5.시어의 상징 의미

  *겨울 - 희망을 잃고 얼어붙은 시대(자유당 말기)

  *뜨거운 노래 - 시인의 부정부패한 사회에 대한 분노

  *땅에 묻는다 - 진실을 담은 뜨거운 노래를 씨앗처럼 묻어 자라기를

   기다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