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 울릉도(鬱陵島)
유 치 환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범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을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위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새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어린 마음의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1948, ꡔ울릉도ꡕ
1.나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2.이 시는 어떤 상황을 노래한 것인지 상상하여 한편의 이야기로 꾸며 봅시다.
이 작품은 광복 직후 어지러운 정황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좌·우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와 내일을 예측하기 어려운 사회 혼란을 겪으면서 시인은 차라리 ‘울릉도’처럼 떨어진 거리에서 나라를 위하는 마음을 펴고 싶다고 토로한다.
3.이 시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울릉도를 소재로하여 애국적 감정을 노래한 5연의 자유시이다.
표현 기법을 보면 우선 첫연은 그저 평서문으로 쓰여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연 역시 첫연과 같은 내용이 반복되어 있고, 그 나머지 부분은 모두 비유로 되어 있는데 의인법이 뛰어 나다. 결국 이 시는 울릉도를 의인화하여 어머니를 그리는 아들처럼, 현실에 대해 깊은 염려도 하는 정을 가진 인간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첫연은 평이한 서술로 울릉도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쓰여진 용어 ‘심해선’, ‘한 점 선’ 등으로 보아서 시인은 지도를 펴 놓고 있을 것이다. 시인의 쾌적한 상상력의 소산으로 보아 굳이 그렇다고 하지 않아도 좋다. 둘째연은 울릉도의 생성과정을 시인의 상상력에 쫓아 생동감있게 표현했다. ‘국토의 막내’란 의인화된 표현은 국토에 대한 혈연적, 근원적 애정을 느끼게 한다. 셋째연은 현재 이 섬의 모습을 짙은 서정성을 바탕으로 선명한 시각적 심상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막내 같은 섬을 ‘근심스레’ 바라보는 것이다. 넷째연과 다섯째연은 이 시의 주제연이다. 4연에서 우리는 이 섬의 애절하고 애틋한 외로움이 뭍을 향한 강한 그리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시적 화자의 울릉도에 대한 그리움 또한 나라에 대한 사랑 때문임을 알게 된다. 5연에서는 ‘어지러운’ 해방 후 조국의 상황을 안타깝게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국에 대한 염려와 사랑이 절정의 가락을 이루며 시인과 울릉도는 하나가 된다.
물론 평자들 중에는 시인의 울릉도 체험, 혹은 울릉도의 삶의 모습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점을 들어 관념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생경한 한자어의 남용을 한계로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방 후 정국의 어지러움 속에 조국을 염려하는 마음이 나타난 이 시에 대한 평가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4.구성
울릉도의 위치와 그에 대한 그리움(1연)
울릉도의 생성 과정(2연)
울릉도의 모습(3연)
울릉도의 본토에 대한 그리움(4연)
조국에 대한 염려와 그리움(5연)
5.이 시의 핵심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이 작품은 애국적인 시의 본보기이다. 고함치는 큰소리가 아니라 조그맣고 작은 소리로 ‘국토의 막내’, ‘어린이’ 등과 같은 시어를 사용하여 밝고 티없는 애국심을 노래한다. 그만큼 국토에 대한 사랑을 자녀 혹은 형제자매의 마음으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발표될 무렵, 우리 주변은 모두 정치열에 들끓고 있었는데 문단도 일종의 이데올로기 지상주의가 팽배하고 있었다. 이 즈음에 이 시는 민족주의 진영의 대표적인 시였다.
6.주제
국토(와 민족)에 대한 애정
7.지은이 소개
8.생각해 봅시다.
(1) 이 작품의 시대적 정황을 말해 보자.
*광복 직후의 어지러운 상태
(2) 5연에서 ‘어린이’라고 표현한 근거는 무엇인가.
* 작은 섬인 울릉도를 국토의 막내라고 한 것과 관련된다.
9.이 시는 어떤 작품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요.
현실문제에 접근했다는 면에서 그의 종군시편들, 즉 「보병과 더불어」, 「기의 의미」, 「돌아오지 않는 비행기」 등과 관련된다. 해방 후의 정국을 사회주의 시각에서 노래한 시들 중에는 오장환의 「병든 서울」 등도 관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