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바 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黙)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삼천리> 1941년, ꡔ생명의 서ꡕ 1947년.
1.나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2.이 시는 어떤 상황을 노래한 것인지 상상하여 한편의 이야기로 꾸며 봅시다.
시 「생명의 서」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답처럼 생각되는 작품이 「바위」이다. 「바위」에서는 바위라는 대상 자체가 생명의 의욕을 상징하고 있다. 바위가 지니고 있는 견고하고 변하지 않는 모습을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 빗댄 것이다.
3.이 시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현실적인 삶의 편안함이나 꿈을 추구하고 살기보다는 그러한 모든 것을 극복하고 ‘생명도 망각’하면서 ‘비정의 함묵’ 속에 살아가고자 한다. 결코 아름답지도 서정적이지도 않지만 강렬한 가운데 우리에게 삶의 지향을 보여 주고 있다. 상징적인 심상과 산문에 가까운 긴 호흡, 단호하고 강한 어조를 사용하여 허무에의 극복 의지를 잘 보여준 생명파의 대표작이다.
연의 구분 없이 12행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크게 네 단락으로 짜여있다. 1-3, 4-6, 7-9, 10-12행인데 1행에서 ‘내 죽으면 한 개의 바위가 되리라.’라는 엄숙한 선언으로 시작되어 마지막 행에서 다시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고 다시 다짐하며 끝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른바 수미상관법으로 마치는 이 시는 견고한 구조로 강인한 의지를 드러내는데, 첫행에 이은 나머지 진술은 모두 바위의 의미를 서술하고 있다.
첫단락에서 ‘바위’는 광물성 이미지로서 ‘죽으면’이라는 비장한 시어와 연결되어 비정의 의지 혹은 견고에의 집념을 강하게 표상하고 있다. 또 ‘죽음’과 ‘바위’의 대응에는 인생의 유한성이 자연의 영원성과 대조가 된다. 그럼으로써 영원에 대한 갈망이 표출된다. 둘째, 셋째 단락부터는 ‘애련’이나 ‘희로’라는 인간적 감정을 거부하고 세월의 변화에도 초연히 대응하는 바위, ‘안으로 채찍질하는’ 스스로의 고행을 마다하지 않는 바위가 표현된다. 그러면 드디어 서정적 자아는 ‘생명도 망각’하는 초월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셋째 단락에서 시적 화자는 ‘흐르는 구름/머언 원뢰’로 우주적 교감을 꾀하며, 여기서 구름과 원뢰는 가변적, 유동적 대상으로 바위와 대조가 된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시적 화자의 비장한 결의를 다시 확인하는 재인식 과정이 첫단락과는 도치되어 나타난다.
4.구성
화자의 각오와 의지(1-3)
바위의 모습(4-6)
바위의 초탈한 모습(7-9)
각오·결의(10-12)
5.이 시의 핵심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바위’는 광물성 이미지로서 ‘죽으면’이라는 비장한 시어와 연결되어 비정의 의지 혹은 견고에의 집념을 강하게 표상하고 있다. 그 바위는 일체의 감정과 외부적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월의 경지이다.
6.주제
삶의 허무에 대한 극복 의지
7.지은이 소개
8.생각해 봅시다.
(1) 이 작품에서 ‘바위’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 굳건한 의지의 응결체 혹은 견고한 집념.
(2) 이 시가 오늘날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자.
*조지훈 시인은 이 시를 평가해 “우리 인간들은 너무도 약하게 흔들리는 존재인데, 이 시가 약하게 흔들리는 인간성에 대한 혐오를 노래하고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바위가 상징하는 내적인 고행, 도는 초인간적인 굳건함을 배우고 굳센 의지로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겠다.
9.이 시는 어떤 작품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요.
「깃발」에서 보여준 생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몸부림과, 「일월」에서의 우주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대결 정신이 첨예하게 부딪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신념을 구체화한 이육사의 「교목」과도 관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