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78. 꽃 덤 불

높은바위 2005. 8. 20. 06:10
 

178. 꽃 덤 불


                              신 석 정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영영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서른여섯 해가 지내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보리라.


                                  <신문학> 1946


1.나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2.이 시는 어떤 상황을 노래한 것인지 상상하여 한편의 이야기로 꾸며 봅시다.

 

  일제가 기승을 부릴 무렵 뜻있는 시인들은 산으로 시골로 뿔뿔이 숨어버리고 일급 문인들과 더불어 몇몇 문학도들이 ‘조선문인보국회(朝鮮文人報國會)’라는  일제 앞잡이 대열에 뛰어 들었다. 그런 후에 다가온 해방은 소란한 세월 속에시인에게  실의를 안겨 주었다.


3.이 시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해방 직후에 씌어진 시이다.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풀려나기 전에서부터 해방 직후로 시상이 전개되었다. 광복된 조국의 희망을 노래하면서 다른 식민지 시대의 시가 그러하듯이 ‘어둠과 광명’이라는 대립적 심상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1연에서는 일제의 식민지 시절 조국 해방을 꿈꾸고 도모하는 모든 활동이 어두운 그늘 속에서 은밀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준다. 2연에서는 조국 해방에 대한 갈망이  비오듯 쏟아지는 암흑의 세월에서도 상실된 조국의 산천을 유랑하면서 조국의 해방을 위해서 노력한다. 3연에서는 그러는 과정에서 많은 애국자들이 만주 등지로 떠나가거나, 일제에 굴복하여 변절과 전향을 한 사람이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4-5연에서 시인은 광복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좌우익으로 나뉘어 이념 갈등을 겪는 혼미했던 당대의 상황, 혹은 식민지와 다름 없었던 미군정기의 상황을 ‘겨울밤 달이 아직도 차거니’로 표현하면서 장차 이루어야 할 조국의 미래에 대한 소망을 ‘태양’과 ‘꽃덤불‘로 나타내었다.

  

4.구성

 

  일제하의 지하 독립 투쟁(1연)

  처절한 독립에 대한 노력(2연)

  애국지사의 전향과 변절, 유랑에 대한 안타까움(3연)

  지나간 식민지 역사(5연)

  새로운 민족 국가 건설의 희망과 기대(5연)

 

5.이 시의 핵심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태양’이 가지는 이미지이다. 태양은 원래 빛, 밝음, 희망 등의 원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나, 여기서는 해방을 맞이한 시대적 상황과 결부시켜 이해할 때 ‘조국의 광복’이라는 의미를 포괄하고 있다. 

 

6.주제

 

   조국 해방의 기쁨

   광복의 기쁨과 새로운 민족 국가 수립의 희망

 

7.지은이 소개

 

8.생각해 봅시다.

 

  (1) 이 시에서 ‘꽃덤불’과 박두진의 「어서 너는 오너라」에서의 ‘복사꽃 핀 집’을 비교하여 그 공통점을 생각해보자

    * 민족의 해방을 맞이하여 기대에 찬 새로이 건설될 민족 국가를 의미한다.

  (2)‘달빛’과 ‘헐어진 성터’의 함축적 의미를 새겨보자.

    * ‘달빛’은 햇빛보다는 어둡다. ‘밤’, 즉 일제치하에서는 햇빛보다는 강하지 않지만 ‘조국해방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없을 수 없다. ‘헐어진 성터’는 일제에 의해 잃어버린 조국 산천을 말한다.


9.이 시는 어떤 작품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 시는 조국이 광복된 후에 보인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 미래의 밝은 세계가 도래하기를 갈망한 작품이다. 따라서 이념의 분열을 통합하는 시상을 보인 박두진의 「해」와 가장 관련이 깊다. 그 외에도 김기림의 「모두들 돌아왔구나」, 오장환의 「병든 서울」, 유진오의 「나의 거리」와 「횃불」, 김용호의 「오늘을」 등이 해방 당시의 감격을 노래한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