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76. 슬픈 구도

높은바위 2005. 8. 18. 09:16
 

176. 슬픈 구도


                         신 석 정


나와

하늘과

하늘 아래 푸른 산 뿐이로다.


꽃 한 송이 피어낼 지구도 없고

새 한 마리 울어줄 지구도 없고

노루새끼 한 마리 뛰어다닐 지구도 없다.


나와

밤과

무수한 별 뿐이로다.


밀리고 흐르는 게 밤 뿐이오

흘러도 흘러도 검은 밤 뿐이로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느 밤 하늘 별이드뇨.


                                ꡔ조광ꡕ1939.10.


1.나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2.이 시는 어떤 상황을 노래한 것인지 상상하여 한편의 이야기로 꾸며 봅시다.

   시인은 망국의 백성으로 짓밟힐 대로 짓밟힌 차라리 한 마리의 짐승같은 삶을 살았다. 그러므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며 일제(日帝)를 좀더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 고달픈 심정을 한 줄 시로 적은 것이다.


3.이 시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그의 제2시집 ꡔ슬픈 목가ꡕ에 실린 다른 시들처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조국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의 절망과 외로움을 노래한 것이다. ‘내 마음 둘 곳은 어는 밤 하늘의 별이더뇨’에서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면서 삶의 길을 찾고자 하는 간절하고도 절실한 소망을 느낄 수 있다. 이 시는 목가적 시인으로서의 작가가 지녔던 현란한 수식어와 서정적인 시어 대신에 날카롭고 투박한 시어로 저항적 의지를 드러내고자 한 시이다. 그가 문단에 나올 무렵ꡔ시원ꡕ 1호에 발표했던 「나는 어둠을 껴안는다」에서 나타낸 밝음과 어둠의 대립상을 통하여 일제 치하의 민족적 저항의미를 다시금 돌이켜 보게 하는 작품이다. 대구법과 반복법을 사용하여 절규의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단순하고도 뚜렷한 표현으로 시인의 의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의 진술을 듣는다.

  “제1시집 ꡔ촛불ꡕ에서 부르던 ‘어머니’도 자취를 감추어 버리고 어찌 보면 안개처럼 소박하면서도 현란했던 수식어마져 털어버리고 다만 반복된 강조로 일제의 압박에서 가까스로 견디어 내던 당시의 아픈 상황을 절규 속에 담아 보았으니, 마치 늙은 매화나무 등걸처럼 한두 송이 꽃으로 까칠하게 꾸몄으나 읽는 이의 가슴에 그런대로 어필되었었다면 다행한 일이었으리라.”

                                     - 「상처입은 작은 역정의 회고」-

 

4.구성

   외로움과 절망의 현실(1연)

   잃어버린 삶의 터전(2연)

   암담한 시대 현실(3연)

   절망적 상황에 대한 절규(4연)


5.이 시의 핵심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슬픈 구도(構圖)’의 의미이다. 이 시에서 ‘슬픈 구도’란  시인 개인의 슬픔이 아니라 암담한 시대상황 전체로 보아야 한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삶의 기쁨과 만족이 허용되지 않는 시대, 삶의 터전이 상실되어 어둠과 절망만이 있는 시대에 대하여 그는 ‘슬픈 구도’라고 한 것이다. 그곳은 민족의 생존과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 식민지 시대인 것이다.

6.주제

  어두운 시대에서의 외로움과 절망

7.지은이 소개

  신석정:「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참조


8.생각해 봅시다.

   (1) 이시의 창작 모티브와 일치하는 시를 하나만 골라 보자.

       * 9번 참조

9.이 시는 어떤 작품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 시와 같은 시기의 작품인 「지도(地圖)」에서 시인은 “오늘 펴 보는 이 지도에는/ 조선과 인도가 왜 이리 많으냐?”라고 노래한 바 있고, 역시 같은 시기에 김영랑은 「독(毒)을 차고」에서 “내 가슴에 독을 찬 지 오래로다./아직 아무도 해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이라고 통곡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산 서정시인 두 사람이 이미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있는 민족사의 한 장면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