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46. 풀 잎

높은바위 2005. 7. 30. 05:52
 

146. 풀 잎

 

                      박 성 룡

 

           Ⅰ

  너의 이름이

  부드러워서


  너를 불러 일으키는

  나의 성대가 부드러워서


  어디에 비겨볼

  의미도 없이


  그냥 바람 속에

  피어 서 있는


  너의 그 푸른 눈길이

  부드러워서


  너에게서 피어오른

  푸우런 향기가


  너에게서 일어나는

  드높은 음향이


  발길에 어깨 위에

  언덕길에 바위 틈에


  허물어진 거리

  쓰러진 벽 틈에


  그냥 저렇게 피어 서 있는

  너의 樣姿가 부드러워서


  아 너의 온갖

  지상의 어지러운 事象에 관한


  싱싱한 추리가

  부드러워서 ---


           Ⅱ

  꽃보다

  밝은 이름


  물방울보다

  맑은 이름


  흙보다

  가까운 이름


  칼끝보다

  날카로운 이름


  풀잎이여,

  아 너 홀로 어디에고


  살아있는 이름이여.

 

              1956. 문학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