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 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난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븡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까가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쫒기는 새가 되었다.
<월간문학> 1968.11
1.나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2.이 시는 어떤 상황을 노래한 것인지 상상하여 한편의 이야기로 꾸며 봅시다.
1960년대 말부터 시작된 산업화, 근대화는 인간의 삶을 황폐화시킨다. 산업의 발전으로 자연 파괴와 환경오염이 매우 심각해지고, 팽창된 도시 속에 소외된 인간들은 인간성 상실의 지경에까지 이른다.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시인이 빚어낸 이 시는 그런 시대에 지적 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나 생활 현장에 바탕을 둔 현실주의적 시의식을 드러낸 작품이다. 그의 말을 빌면 이 시는 그가 투병 생활을 하고 있을 때에 채석장에서 돌 깨는 소리가 나면 놀라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고 쓰게 되었다고 한다.
3.이 시는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이 시는 비둘기를 의인화하여 문명의 발달에 따른 급격한 도시화와 이로 인해 나타난 인간의 삭막한 삶의 모습을 비판한 작품이다.
제1연에서는 상황을 제시했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김에 따라 비둘기는 ‘번지’가 없어졌다. 자연적인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문명의 번지가 자리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손에 의해 자연이 손상되는 모습을 시적 자아는 비둘기의 가슴에 금이 가는 것으로 노래하고 있다. 제2연에서는 이렇게 쫓겨난 비둘기의 쓸쓸한 모습을 노래했다. 이것은 인간 자신의 쓸쓸한 자화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제3연에서는 1,2연에서 묘사된 것의 의미가 서술되고 있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과 함께 사랑과 평화를 나누던 비둘기는 이제 모든 것을 잃고 쫓기는 새가 되었음을 노래했다. 이것은 비둘기가 입은 피해만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 역시 그들의 이익과 탐욕에 의해 비둘기의 비극을 같이 느낄 수 있음을 잘 표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는 피해를 입은 비둘기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파괴적인 행동을 고발하고, 이를 통해 사랑과 평화가 가득찬 세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표현작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혹자에 따라선, 이 작품을 문명비판이나 서민들의 애환 이외에 병고 후에 나타난 시인과 달관의 세계관을 집약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자연과의 화합, 사랑을 통한 삶과 자연과의 화해는 달관의 사상이 아니고는 도달할 수 아름다운 세계라는 것이다.
4.구성
자연의 파괴로 생존의 터전을 잃어버린 비둘기(1연)
지향 없이 쫒기며 옛날을 그리워하는 비둘기(2연)
자연과 사람으로부터 소외되고 사랑과 평화를 잃은 비둘기(3연)
5.이 시의 핵심적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아야 하는가.
비둘기의 상징성이다. 그것은 사랑과 평화라는 제도적인 의미를 넘어서,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황폐해진 자연으로부터 소외되어 가는 우리 모습을 보여 주는 존재이다. 또한 순수한 자연 그 자체에 해당하기도 한다.
6.주제
삶의 참다운 가치와 의미탐구
현대 사회의 인간성 상실 비판
7.지은이 소개
8.생각해 봅시다.
(1)시의 사회적 기능을 이 작품의 주제와 관련지어 설명해 보자.
* 이 시는 인간에 의한 자연의 파괴로 인해 삶의 터전을 상실한 비둘기를 시적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어떤 구호보다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쫒기는 새’의 상징성을 말해 보자.
*문명에 밀려난 자연에 대한 표상일 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불안한 실존을 표상하기도 한다.
9.이 시는 어떤 작품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을까요.
새를 통해 인간 생활의 문제를 노래했다는 점에서는 박남수의 「새」와, 산업화 또는 졸속한 근대화에 따른 제 문제에 대한 비판시라는 면에서는 그의 「번영의 폐수」, 「서울 크리스마스」, 「변두리」, 「무제」, 「와우 아파트」 등으로 이어진다. 한편, 산업화에 따른 문제점을 제시한 점에서 기형도의 「안개」와도 관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