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
★★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라고 말하듯이 자장면은 우리 민족의 발명품이란 주장을 펴는 이도 있지만 자장면은 틀림없는 중국 음식이다.
한자어로 작장면[作醬麵]이라고 쓰고 '차오장멘'이라고 읽는다.
중국의 된장을 볶아 얹은 국수란 뜻이다.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자장면의 역사는 100여 년 전인 임오군란 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오군란 이후 우리 나라에서 살게 된 중국인들은 곳곳에 중국 음식점을 차리게 됐는데,
1900년대 초 인천에 형성된 '차이나타운'이 그 메카인 셈. 자장면의 효시는 19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들어온 중국 노동자들이 즐겨 먹던, 춘장을 넣어 비빈 국수였다.
6·25 이후 중국인이 줄어들자 자장면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중국 음식의 특징인 과다한 향신료가 차츰 줄어들고 물을 타 독특한 향을 줄인데다 감자와 당근, 양파를 듬뿍 넣어 단맛을 강화한 것이 지금의 자장면이다.
자장면 맛이 한국 사람에게 적중한 것은 발효 식품인 장(醬)을 즐기는 동양인 공통의 입맛 때문이라고 본다.
또 언제 어디서나 국물 흐르는 법이 없이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식사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60∼70년대에 들어서는 정부의 분식 장려 정책도 한 몫 했다.
당시 명동의 이름난 중국집인 '중화각'은 하루 저녁에 1700그릇 분량의 밀가루 12부대를 소비할 정도였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 자장면에 쓰이는 된장을 흔히 '감면장' 이라고 한다.
감면장은 밀가루로만 만드는 걸쭉한 단맛의 된장으로 중국 특유의 식품이다.
밀가루로 다공질의 만두를 만들고 여기에 곰팡이를 번식시킨 것을 소금과 함께 약 한 달간 발효시키면 감면장이 만들어진다.
요즘 우리가 쉽게 부르는 '춘장'은 바로 이감면장에 캐러멜을 첨가해 색깔과 맛을 낸 것이다.
자장면 종류도 점점 다양해졌다. 물론 모두 한국산이다.
'간자장'은 육수를 넣지 않고 재료와 자장만을 볶아 면 위에 따로 부어 먹는 것이고,
'옛날자장'은 큼직하게 썬 감자와 양파를 듬뿍 넣고 흥건하게 국물을 부은 자장면을 말한다.
그 밖에 해물을 넣은 '삼선(三鮮)자장', 잘게 다진 고기를 쓰는 '유니자장',
고기와 각종 재료를 채로 썰어 쓰는 '우슬자장'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삼선은 중국에서는 최고급 해물인 해삼, 왕새우, 전복을 가리키지만 한국에선 돼지고기, 닭고기, 새우, 전복, 죽순, 표고버섯, 해삼 중 세 가지를 넣은 자장면을 말한다.
때려야 맛있다?
★★ 자장 맛이 아무리 좋아도 면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조금이라도 딱딱하거나 퍼지면 제 맛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적당히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면발을 뽑는 게 중요하다.
양손으로 면을 뽑는 수타(手打) 기술은 힘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가장 쫄깃쫄깃한 상태를 유지하며 면가락을 늘려 가는 정밀한 감각이 있어야 한다.
기네스북에는 한 번에 9600가닥을 뽑아내는 대만 요리사가 수타 기술의 최고수로 올라 있다.
그가 뽑은 최후의 면 가락은 머리카락만큼 가늘어 바늘귀에 꿸 수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