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시의 흐름 게르만인은 일찍부터 루네 문자를 가지고 있어서 주문 같은 것은 나무나 돌에다 새겼지만 시가 따위는 대개 구전에 의하여 전승되었다. 완전한 문자로서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4세기에 그리스도교와 더불어 라틴 문자가 전해 들어온 이후의 길이다. 주문으로서는 오직 <메르세부르크.. 세계의 명시/독일 2015.02.10
프레베르 고엽(枯葉)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스런 나날을. 그때 태양은 훨씬 더 뜨거웠고 인생도 훨씬 더 아름답기 그지 없었지.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나는 그 나날들을 잊을 수 없어,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모든 추억도 또 모든 뉘우침도 함께 북풍은 그 모든 것을 싣.. 세계의 명시/프랑스 2015.02.09
브르통 자유 결합 불붙은 나뭇개비 같은 머리의 내 아내 여름의 소리없는 번개 같은 생각들 지닌 모래 시계의 동체 지닌 호랑이 이빨에 물린 수달의 동체 지닌 내 아내 리본의 꽃매듭 같은 별들의 마지막 꽃불 같은 입 가진 내 아내 눈 위의 새앙쥐 발자국 같은 이빨 가진 내 아내 호박 같은 닦은 .. 세계의 명시/프랑스 2015.02.09
엘뤼아르 자유 내 학생 때 공책 위에 내 책상이며 나무들 위에 모래 위에도 눈 위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읽어본 모든 책상 위에 공백인 모든 책장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도1)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숯칠한 조상들 위에2) 전사들의 총칼들 위에 왕들의 왕관 위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밀림.. 세계의 명시/프랑스 2015.02.06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간다. 내 마음 속에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면 붙잡은 우리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 세계의 명시/프랑스 2015.02.05
발레리 해변의 묘지(墓地) 내 넋이여, 영생을 바라지 말고 가능의 영역을 파고 들라. -핀다로스 <<승리의 축가>> 3 비둘기들이 걷는, 저 조용한 지붕이, 소나무들 사이, 무덤들 사이에서 꿈틀거리고, 올바름인 정오가 거기서 불꽃들 가지고 바다를 만든다, 쉼없이 되살아나는 바다를! 오, .. 세계의 명시/프랑스 2015.02.04
잠 나는 당나귀가 좋아 물푸레나무 긴 울타리를 끼고 걸어가는 순한 당나귀가 나는 좋다. 당나귀는 꿀벌에 마음이 끌려 두 귀를 쫑긋쫑긋 움직이고 가난한 사람들을 태워주기도 하고 호밀이 가득 든 부대를 나르기도 한다. 당나귀는 우물가에 가까이 이르면 버거정거리며 주춤걸음으로 걸.. 세계의 명시/프랑스 2015.02.04
구르몽 낙엽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 세계의 명시/프랑스 2015.02.03
랭보 감각 여름 아청빛 저녁, 보리가 쿡쿡 찔러대는 오솔길 걸어가며 잔풀을 내리밟으면, 꿈꾸던 나도 발에 그 신선함 느끼리 바람은 내 맨머리를 씻겨 주리니. 아 말도 않고, 생각도 않으리 그래도 한없는 사랑 넋 속에 올라오리니 방랑객처럼, 내 멀리, 멀리 가리라. 계집 데리고 자듯 행복에 .. 세계의 명시/프랑스 2015.02.03
베를렌느 네버모어 추억이여 추억이여 어쩌자는 거냐 가을은 느른한 대기 속을 지빠귀새가 날게 하고 태양은 북풍이 울부짖는 단풍숲 위에 단조로운 햇빛을 던지는데 그때 우리들은 둘이서 꿈꾸듯 걸어갔었지 그녀와 나, 머리털과 생각을 바람에 휘날리며. 갑자기 그녀는 감동스런 눈초리를 나를.. 세계의 명시/프랑스 201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