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프랑스

아폴리네르

높은바위 2015. 2. 5. 14:43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간다.

내 마음 속에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면

붙잡은 우리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결이

저렇듯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사랑은 흘러간다 이 물결처럼.

우리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어쩌면 삶이란 이다지도 지루한가

희망이란 왜 이리도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 1880-1918)의 이름은 20세기의 새로운 예술의 탄생과 떼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위치하고 있다.

새로운 예술은 '에스프리 누보(새 정신)'라는 구호와 함께 등장했는데, 이 에스프리 누보의 고취자가 아폴리네르였고, 또한 그것을 멋지게 꽃피게 한 것도 아폴리네르였다.

지난 세기의 시정신의 결정체인 상징주의가 바야흐로 막을 닫으려 할 때에 아폴리네르는 드물게 보는 단순하고 소박한 수법으로 마치 휘파람이라도 불 듯이 시단에 등장하여 눈 깜빡할 사이에 현대시의 선구자가 된 것이다.

그가 피카소가 그린 초상을 표지화로 한 시집 <알콜>을 들고서, 제1차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직전인 1913년에 등장한 것은 실로 <프랑스 시의 방향을 결정한>(필립 수포) 중요한 사건이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시는 4개의 불규칙형 4행시와 "밤이여 오라..."의 반복에 의해 구성되었고, 감미롭고 애수띤 울림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랑에 실연한 남자의 탄식으로서, 시인이 사랑을 호소하고 있는 여성은 유명한 여류화가 마리 로랑생이다.

이 시는 샹송으로 작곡되어 불리워, 불멸의 명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