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프랑스

구르몽

높은바위 2015. 2. 3. 19:05

 

 

                   낙엽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소리와 여자의 옷자락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이 시의 효과는 역시 후렴처럼 반복되는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에 있다.

그 말 속에는 그야말로 못 다한 사연이 숨어 있다.

구르몽(Rémy Gourmont : 1858-1915)은 노르망디 귀족의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아 곰보가 되어 사교계에 나가지 않고 고독한 생애를 보냈다.

상징주의의 옹호자로서 활약하였고, 소설, 비평 등에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