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강 있는 마을 116. 강 있는 마을 김 상 옥 한굽이 맑은 강은 들을 둘러 흘러가고 기나긴 여름날은 한결도 고요하다. 어디서 낮닭의 울음소리 귀살푸시 들리고 마을은 우뜸 아래뜸 그림같이 놓여있고 邑내로 가는 길은 꿈결처럼 내다뵈는데 길에는사람 한 사람 보이지도 않더라. 1947. 시집 ꡔ초적ꡕ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2
115. 새 1 115. 새 1 박 남 수 1 하늘에 깔아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다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 교태로 사랑을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2
114. 酒幕에서 114. 酒幕에서 김 용 호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 그 수없이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路程이 집산하고 알맞은 자리, 저만치 儀式 있는 송덕비 위로 맵고도 쓴 시간이 흘러가고 … 세월이여! 소금보다도 짜다는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2
113. 가을의 기도 113. 가을의 기도 김 현 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2
112. 플라타너스 112. 플라타너스 김 현 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22
111. 눈 물 111. 눈 물 김 현 승(1913-1975)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9
110. 성북동 비둘기 110. 성북동 비둘기 김 광 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9
109. 생(生)의 감각 109. 생(生)의 감각 김 광 섭 여명(黎明)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 빛은..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9
108. 산 108. 산 김 광 섭 이상하게도 내가 사는 데서는 새벽녘이면 산들이 학처럼 날개를 쭉 펴고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먹도 않고 말도 않고 엎뎄다가는 해질 무렵이면 기러기처럼 날아서 틀만 남겨놓고 먼 산속으로 간다 산은 날아도 새둥이나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짐승들의 굴 속에서도 흙 한줌 돌 한개 들..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9
107. 全 羅 道 길 107. 全 羅 道 길 小鹿島로 가는 길에 한 하 운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낙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天安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西山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