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琉 璃 窓 1 25. 琉 璃 窓 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 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4. 鄕 愁 24. 鄕 愁 정 지 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3. 그날이 오면 23. 그날이 오면 심 훈(1901-1934)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2. 국 경 의 밤 22. 국 경 의 밤 제 1 부 1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江岸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 갔다 ---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곰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워놓고 밤새가며 속태이는 젊은 아낙네 물레..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1. 북청 물장수 21. 북청 물장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솨아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술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진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동아일보. 1924.10.24.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0. 눈이 내리느니 20. 눈이 내리느니 김 동 환 北國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퍼부슬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북조선이 보이느니. 가끔 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래가 漠北江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여다가 치위에 얼어 떠는 白衣人의 귓볼을 때리느니. 칩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19. 芭 蕉 19. 芭 蕉 김 동 명 祖國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修女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연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18. 論 介 18. 論 介 변 영 로 거룩한 분노는 종고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17. 옷과 밥과 自由 17. 옷과 밥과 自由 공중에 떠다니는 저기 저 새요 네 몸에는 털이고 깃이 있지. 밭에는 밭곡식 논에는 물벼 눌하게 익어서 수그러졌네! 楚山 지나 狄踰嶺(적유령) 넘어선다 짐 실은 저 나귀는 너 왜 넘니? 1925년, 동아일보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16. 招 魂 16. 招 魂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여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