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8. 論 介

높은바위 2005. 6. 2. 06:09
 

18. 論     介

                       변  영  로



  거룩한 분노는

  종고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1922년. 신생활



* 이 시의 주제는 ‘우국충절’이다. 진부한 주제이지만 색상의 대조, 민족주의적인 열정, 도도하면서도 유유한 목소리, 그 외에 영탄, 반복, 비교, 대조 등의 표현 기법을 적절히 구사하여 정서적인 통일감을 자아내어 예술성을 갖춘 작품이다. 일제하의 ‘忠’을 노래한 것은 저항 의식의 발로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