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12. 플라타너스

높은바위 2005. 7. 22. 06:08
 

112. 플라타너스

 

                                                김 현 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문예. 초하호(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