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별 27. 별 누워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 - 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金실로 잇은 듯 가깝기도 하고, 잠 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엿보노나. 불현듯, 솟아나듯 불리울 듯, 맞아들일 듯, 문득, 영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처럼 일는 회한에 피여오른다. 흰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우에 손..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6. 고 향 26. 고 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을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5. 琉 璃 窓 1 25. 琉 璃 窓 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 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4. 鄕 愁 24. 鄕 愁 정 지 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참아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3. 그날이 오면 23. 그날이 오면 심 훈(1901-1934)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지기 전에 와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2. 국 경 의 밤 22. 국 경 의 밤 제 1 부 1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江岸을 경비하는 외투 쓴 검은 순사가 왔다 --- 갔다 ---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곰실이 밀수출 마차를 띄워놓고 밤새가며 속태이는 젊은 아낙네 물레..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1. 북청 물장수 21. 북청 물장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솨아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술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진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동아일보. 1924.10.24.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20. 눈이 내리느니 20. 눈이 내리느니 김 동 환 北國에는 날마다 밤마다 눈이 내리느니 회색 하늘 속으로 퍼부슬 때마다 눈 속에 파묻히는 하아얀 북조선이 보이느니. 가끔 가다가 당나귀 울리는 눈보래가 漠北江 건너로 굵은 모래를 쥐여다가 치위에 얼어 떠는 白衣人의 귓볼을 때리느니. 칩길래 멀리서 오신 손님을 부..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19. 芭 蕉 19. 芭 蕉 김 동 명 祖國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 너의 넋은 修女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연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
18. 論 介 18. 論 介 변 영 로 거룩한 분노는 종고보다도 깊고, 불붙은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蛾眉 높게 흔들리우며,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