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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오랑캐꽃

64. 오랑캐꽃 이용악(李庸岳) --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홈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인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ㅡ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건너로 쫓겨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 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년이 몇백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을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줄께 울어보렴 목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1940. 인문평론 * 이 작품은 일제에 의해 강점당한 연약하고 순수한 한민족의 억울함과 비통함을 형상화한 시이다. 이 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