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26. 고 향

높은바위 2005. 6. 2. 18:23
 

26. 고   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을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1932.  동방평론



* 어린 시절의 아름답고 순수한 꿈을 상실하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처럼 황량해진 마음으로 다시 찾아온 고향에서 느끼는 이질감을 노래한 작품이다. 사무친 그리움 때문에 고향에 찾아왔으나, 그 고향은 이미 자기가 그리던 고향이 아니다. 고향의 모습은 예전과 다를 바 없으나 서정적 자아의 마음은 이미 고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