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女 僧 61. 女 僧 백 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02
60. 나 비 60. 나 비 윤 곤 강 비바람 험상궂게 거쳐간 추녀 밑 --- 날개 찢어진 늙은 호랑나비가 맨드라미 대가리를 물고 가슴을 앓는다. 찢긴 나래에 맥이 풀려 그리운 꽃밭을 찾아갈 수 없는 슬픔에 물고 있는 맨드라미조차 소태 맛이다. 자랑스러운손 화려한 춤재주도 한 옛날의 꿈조각처럼 흐리어 늙은 舞女처..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02
59. 北 方 의 길 59. 北 方 의 길 눈 덮인 철로는 더욱이 싸늘하였다 소반 귀퉁이 옆에 앉은 농군에게서는 송아지의 냄새가 난다 힘없이 웃으면서 차만 타면 북으로 간다고 어린애는 운다 철마구리 울듯 차창이 고향을 지워버린다 어린애가 유리창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친다 1939. ꡔ헌사ꡕ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02
58. 暮 村 58. 暮 村 오 장 환 추라한 지붕 썩어가는 추녀 우엔 박 한 통이 쇠었다. 밤서리 차게 나려앉는 밤 싱싱하던 넝쿨이 사그러붙던 밤. 지붕 밑 양주는 밤새워 싸웠다. 박이 딴딴히 굳고 나무잎새 우수수 떨어진던 날, 양주는 새 바가지 뀌어 들고 추라한 지붕, 썩어가는 추녀가 덮인 움막을 작별하였다. 1936...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7.02
57. 꽃 57. 꽃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방울 나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없는 날이여 복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라오길 기다리나니 마치매 저바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30
55. 喬 木 55. 喬 木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은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 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리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1940. 인문평론 * ‘교목’은 줄기가 곧은 나무..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30
52. 黃 昏 52. 黃 昏 이 육 사(1904-1944) 내 골방의 커텐을 걷고 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 바다의 흰 갈매기들같이도 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 내 뜨거운 입술을 안긴 모든 것에 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 저 십이성좌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 종소리 저문 삼림 속 그윽한 수녀들에게도 시멘트 장판 우 그 많은 囚人들에게도 의지가지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 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 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토인들에게라도 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 지구의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내 오월의 골방이 아늑도 하니 황혼아..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30
51. 鄕 愁 51. 鄕 愁 조 벽 암 해만 저물면 바닷물처럼 짭조롬이 저린 향수 오늘도 나그네의 외로움을 차창에 맡기고 언제든 나그네의 갓 떨어진 풋송아지 모양으로 안타까이 못 잊는 향수를 반추하며 안윽히 설어둠 깃들인 안개 마을이면 따스한 보금자리 그리워 포드득 날러들고 싶어라 1938. ꡔ향수&#4..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30
50. 鬱 陵 島 50. 鬱 陵 島 동쪽 먼 深海線 밖의 한범 섬 울릉도로 갈거나 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長白의 멧부리 방을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蒼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위질 듯 근심스리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28
49. 바 위 49. 바 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哀憐에 물들지 않고 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億年 非情의 緘黙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194.. 한국의 현대시 감상 200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