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55. 喬 木

높은바위 2005. 6. 30. 05:52
 

55. 喬    木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은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 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리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1940. 인문평론

 

* ‘교목’은 줄기가 곧은 나무를 뜻한다. 이 ‘교목’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에 기대서서 이 시 역시 현재의 암울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초인적 의지, 인내와 기다림의 철학을 노래한 작품이다. ‘절정’과 마찬가지로 남성적 어조, 절제된 형식, 강렬하고도 고독한 긴장감 등이 돋보인다.